학연·혈연에 개인 친분 얽히고설켜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국정에 개입하는 동안 그의 '사업 파트너' 격인 CF감독 차은택(47)씨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틀어쥐었다.

장차관급 자리에 주변 인사들을 앉히는 등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차씨의 영향력은 대통령비서실에까지 미쳤다.

요소요소에 포진한 차씨의 인맥은 문체부가 외풍에 얼마나 허약한 조직인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차씨 인맥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한 때는 2014년 8월이다.

차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59)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됐다.

김 전 장관은 1990년대 중반 CF제작업체 '영상인' 대표를 지냈는데 차씨가 여기서 영상감독으로 일하기도 했다.

차씨는 김 전 장관 임명과 비슷한 시기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공적 자리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차씨의 영향력은 20여 명 위원 중 한 명 몫을 훨씬 능가했다.

차씨는 원래 김 교수 대신 광고계 인맥인 송성각(58)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문체부 장관에 앉힐 계획이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송씨가 제일기획 제작본부장으로 일하던 2005년 차씨에게 발주한 삼성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맺어진 인연이다.

송씨는 같은해 12월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된다.

차씨 인맥은 2014년 11월 청와대까지 진출한다.

그의 외삼촌인 김상률(56)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올랐다.

교문수석-문체부 장관-콘진원장으로 이어지는 인맥으로 차씨가 정부 문화정책을 짜고 실행에 옮길 기반이 마련됐다.

송씨와 김씨는 차씨와의 관계 말고도 대일고 동문이라는 직접적 인연이 있다.

차씨가 기획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가운데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을 맡은 콘진원은 송씨가 원장으로 있던 시절 대폭 증액된 예산을 따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차씨는 자신이 심어놓은 문화정책 분야 정부 고위직 인사들을 발판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아프리카픽쳐스·플레이그라운드·엔박스에디트 등 광고홍보업체를 통해 KT·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광고를 대거 따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순방 공연기획을 독점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이었던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을 동업자 최순실씨와 나눴는지도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