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방 위주 물혹병·마름병 피해로 전체 생산량은 줄 듯
시세 평년보다 높아 농민들 한껏 기대…괴산 절임배추도 인기

"속이 꽉 찬 배추를 보면 절로 흥이 나죠"
3일 오전 청주시 미원면 기암리의 배추밭에 모인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요즘 부쩍 추워진 날씨에 김장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원면 일대 고랭지 배추밭에서도 수확이 한창이다.

앞선 농민이 칼로 배추 밑동을 자르고 지나가면 뒤따르던 이는 큼지막한 배추를 망에 담아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산 중턱 칼바람에 하얗게 입김이 서리는 날씨이지만 이들 농민의 얼굴에는 힘든 내색이 전혀 없었다.

90일 동안 잘 자라준 배추를 수확하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애초 올 김장배추는 파종 때부터 이어진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으로 작황이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간간이 내린 비와 큰 일교차에 생육이 좋아져 평년작 수준은 될 것이라고 농민들은 전했다.

최근 찾아온 한파도 배추 농가에는 반가운 손님이다.

수확을 앞둔 배추가 살짝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육질이 더욱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미원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임광우(63)씨는 "영하 10도 아래의 날씨가 이틀 이상 계속되면 배추가 완전히 얼어 농사를 망치겠지만 요즘 같은 추위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지금도 배춧속이 노랗고 꽉 찬 게 깨끗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국적으로 김장배추 작황은 좋지만, 전체 생산량은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 지방은 오히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상당수 농가가 물혹병이나 마름병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량 감소로 시세는 작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배추(상품 1㎏) 도매가는 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384원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과잉 공급으로 배춧값이 폭락한 탓도 있지만, 평년(419원)과 비교해도 시세가 높은 편이다.

임씨는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시세가 떨어지고 있지만, 작년에 워낙 배춧값이 폭락했기 때문에 올해는 한결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임배추 주산지인 충북 괴산지역 농가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괴산 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은 지난달 25일부터 생산·판매에 들어갔다.

괴산지역 절임배추 생산 농가는 683곳에 이른다.

이들 농가는 1996년부터 천일염과 암반수를 이용해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98만 상자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전년보다 5천원 오른 20㎏당 3만원(택배비 제외)이다.

가격이 오른 탓인지 판매 초기 주문량은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주문량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괴산 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 송기윤 대표는 "최근 이틀 새 주문량이 부쩍 늘었는데 날씨가 추워지자 김장을 서둘러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배추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작황도 좋아 절임배추 값 인상에도 판매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임배추는 가격이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장점에 매년 선호도가 상승, 올해 판매량도 전년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올해 김장 의향 조사 결과를 보면 배추의 구매형태별 선호도에서 절임배추(51%)가 신선배추를 처음으로 앞섰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