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어른과 소녀의 감정 신을 오글거리지 않게 표현했죠"
섬마을에서 세 어린이 실종사건이 일어난 며칠 뒤 어른이 돼 혼자 돌아온 성민과 그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소녀 수린의 독특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이 오는 16일 개봉한다. 논리와 합리성을 초월한 사랑의 믿음에 관한 영화다. 가려진 시간 속에 살다가 소녀 곁으로 돌아온 어른 성민 역을 해낸 강동원(35·사진)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풀어가는 게 재미있더군요. 시간이 멈춘 세상을 영상으로 구현해보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제 아이디어도 집어넣어 작업해보고 싶었습니다.”

단 며칠 만에 15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어른이 된 성민을 대하는 어른들과 소녀의 태도는 너무 다르다. 어른들은 그의 존재를 끝없이 의심하지만, 소녀는 자신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임을 알아본다. 모두가 멸시해도 단 한 사람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한 것임을 보여준다. 어른과 소녀의 상반된 시선이 이야기에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남자 어른들이 봐도 오글거리지 않을 만큼 소녀와의 감정선을 그려내려고 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소녀와 비슷한 10대임을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완성작을 보니 전체적인 톤이 만족스러웠어요.”

영화 속 시간이 멈춘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모두가 동작을 멈춘 사이, 주인공을 비롯한 세 소년만 활동한다. 그 장면 촬영은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처음부터 모든 장면을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했어야 했는데 잘못 판단했어요. 야외에서 찍다 보니 재촬영이 많아 60회 찍으려던 게 80회로 늘었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멈춰 있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날렸으니까요. 특히 바닷가 촬영 신은 미쳐버릴 정도였습니다. 스프레이를 뿌리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보완해 간신히 멈춘 동작을 잡았어요.”

‘검은 사제들’(544만명) ‘검사외전’(970만명)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보다는 시나리오가 재미있는 것을 고른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이런 배역이 어울릴 것’이라는 관객들의 믿음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유행도 거부하고요. ‘초능력자’(216만명)도 처음에는 유행과 맞지 않는다며 투자가 잘 안됐지만,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선택했고 결국 흥행에 성공했죠.”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