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테이프로 온몸 묶어 베란다 방치한 뒤 외식·영화 관람
검찰 "피해자 고통 느껴져"…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구속기소


2년 전 입양한 6살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에 태워 훼손한 혐의 등을 받는 양부모가 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3부(최창호 부장검사)는 살인·사체손괴·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A(47)씨, A씨의 아내 B(30)씨, 동거인 C(19)양을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9월 28일 오후 11시께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벌을 준다'며 입양 딸 D(6)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17시간가량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D양을 입양한 지 2개월여 만인 2014년 11월부터 학대를 시작, D양이 숨지기 3개월 전부터는 식사량을 줄이고 테이프로 손발과 어깨를 묶은 상태에서 베란다에 방치했다.

적게는 5시간, 많게는 26시간 동안 아무런 음식을 주지 않고 D양을 학대한 이들은 그사이 집 밖에 나가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본 뒤 귀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추석 연휴 3일간 고향에 가 있는 동안 D양을 아파트 작은방 베란다에 묶어 놓았다.

끔찍한 학대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D양은 사망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검찰의 디지털포렌식 수사 결과 양모 B씨는 올해 6월 초 동거인인 C양에게 "00(D양)한테 조금 있다 와서 끈 풀려있음 뒤진다고 해. 불편해도 참고 그냥 자빠져 자라고 해. 움직인 흔적만 있어도 뒤진다고 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또 C양이 9월 9일 B씨에게 "이모 무서워요.빨리 와요.애 꼼짝도 안 해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토대로 D양이 사망하기 보름가량 전에도 건강이 위급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C양의 휴대전화에서는 9월 17일 새벽에 찍힌 D양의 사진도 발견됐다.

입에 테이프를 붙인 상태에서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

양부모는 경찰에서 D양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식탐이 많다는 이유로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D양이 실제로 식탐이 많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피의자들이 올해 초 새 차를 구입해 3천만원의 빚이 생기고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후 학대 행위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D양이 숨지자 그동안 학대 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워 포천의 한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훼손했다.

평소 D양을 학대한 C양도 A씨 부부와 함께 시신훼손에 가담했다.

A씨 부부와 C양은 이튿날 승용차로 100㎞ 떨어진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까지 이동해 "딸을 잃어버렸다"고 허위 실종신고를 했다가 행적을 추적한 경찰에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애초 A씨 부부와 C양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보강 수사를 통해 적용 죄명을 살인죄로 바꿔 검찰에 송치하게 됐다.

검찰도 아동학대 전담검사 3명과 최 부장검사를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추가 조사를 통해 최소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명 원영이 사건 등 유사 학대사건에서도 생명이 위험해진 상태인 아동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이 느껴졌다"며 "피의자들은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물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살해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