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게스트하우스 개념 정립과 법적 근거 마련해야"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해 8월 28일 제주에 있는 A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7만원을 입금했다가 사정이 생겨 1시간 후 취소했으나 사업자는 환급을 거부했다.

소비자상담센터의 주선으로 사업자는 위약금 20%를 공제하고 환급하겠다고 했으나 끝내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다.

전북 김제에 사는 이모(여)씨는 같은 해 12월 30∼31일 B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28일 전에 예약금 5만5천원을 입금했다.

입금한 지 보름만인 같은 달 17일 개인 사정으로 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사업자는 이에 5만5천원의 70%인 3만8천500원을 위약금으로 제하고, 은행 이체 수수료 1천원을 공제한 뒤 1만5천500원만 환급했다.

한국소비자원 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에 접수된 게스트하우스 소비자 피해 사례들이다.

201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29건이다.

유형별로는 계약금 환급 거부·지연 18건, 과다한 위약금 청구 9건, 허위·과장 광고 1건이다.

이 가운데 환급이나 배상 등 합의가 이루어진 건은 18건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숙박예약 시스템을 갖춘 제주도 내 50개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8개 업체는 아예 영업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42개 업체는 농어촌 정비법에 의한 농어촌민박사업으로 신고해 영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업체 중 41개 업체는 홈페이지에 환급 규정과 비율을 모두 게시했고, 1개 업체는 환급 규정을 게시했지만 비율은 표시하지 않았다.

나머지 8개 업체는 환급 규정 자체를 게시하지 않았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는 소비자의 사정으로 취소하는 경우 성수기는 숙박 10일 전, 비수기는 숙박 2일 전까지 취소수수료 없이 계약금 전액을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환급 규정과 비율을 게시한 41개 업체 중 이 기준을 지키는 업체는 성수기 29개 업체, 비수기 3개 업체에 불과했다.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의 경우 숙박 당일 취소해도 계약금을 환급해야 하지만, 19개 업체는 일정액 수수료를 공제한 후 환급하거나 환급 여부조차 표시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게스트하우스가 숙박업 등록이나 위생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되면 소비자 분쟁, 안전, 위생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관광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게스트하우스를 별도의 숙박시설로 분류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도록 건의했다.

제주도 내 미신고 게스트하우스 운영 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을 시행하고,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요청했다.

소비자들에게는 계약 전에 예약 취소 시 환급 규정과 영업 신고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 체결 후 계약 내용을 출력해 분쟁 발생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