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국외 도피…출국 전·귀국 후에도 자택 아닌 곳 전전
檢, 도주 우려 충분하다 판단한 듯…구속영장 청구 방침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를 긴급체포한 주된 사유중 하나는 "국내에 일정한 거소가 없어 도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최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7층짜리 미승 빌딩을 비롯해 국내외에 딸 정유라(20)씨와 함께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다.

'일정한 거처가 없다'는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최씨 소유 미승빌딩은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1∼4층은 상가, 5∼7층은 주거공간이다.

최씨는 이곳에 주소를 두고 건물 주거층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가치는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검찰의 미승빌딩 압수수색 당시 5층 신발장에서 최씨 모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 구두가 대량 발견됐다.

페라가모, 프라다, 구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가 브랜드가 즐비했다.

여기에다 7만평에 달하는 강원도 평창군 대지, 독일에 거주하면서 사들인 호텔과 주택 등을 합치면 최씨 모녀 재산은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검찰은 이런 자산가를 '국내 거처가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긴급체포했고,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씨는 주민등록상 주소에서 살지 않은 지 꽤 됐다.

자신을 둘러싸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9월3일 자택인 미승빌딩에 값비싼 명품을 내버려두고 독일로 쫓기듯 출국했다.

최씨는 독일 출국 전에는 자택인 미승빌딩에서 멀지 않은 청담동 오피스텔을 임차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오피스텔은 월세가 1천만원에 이를 만큼 고급이었다.

검찰 수사에 응하라는 여론에 못 이겨 지난달 30일 귀국한 직후에도 최씨는 자택에 머물지 않고 강남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그는 이곳에 은신해 언론의 눈을 피하면서 변호인 및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씨가 이미 한 차례 국외로 도피하는 등 그간 과정을 볼 때 그냥 풀어주면 또다시 종적을 감출 수 있고, 향후 추가 소환이 필요할 때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