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행적 캐기…네티즌 수사대 '맹활약'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가 31일 검찰에 소환되기까지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이 빛났다. 탁월한 정보 수집 능력을 토대로 각종 사진과 문서 등으로 국정 농단 의혹의 ‘퍼즐’을 맞춰나갔다는 평가다.

최씨가 지난 30일 입국하기 전 독일이 아니라 덴마크에 머물고 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네티즌이었다. 27일 최씨와 세계일보의 인터뷰 사진에 나온 콘센트가 실마리가 됐다. 최씨 모습 왼쪽 아래로 드러난 콘센트 모양이 독일 것과 다르고 덴마크 것과 비슷하다는 의문을 던졌다. 최씨는 독일에서 영국을 거쳐 귀국했다고 변호사를 통해 밝혔지만 독일이 아니라 덴마크에 머무르다가 귀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네티즌은 정부 상징물에서도 ‘최씨의 손길’이 느껴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 3월 67년 만에 정부 상징을 무궁화 문양에서 3색 태극 무늬로 바꿨다. 6월엔 국가정보원 엠블럼을 태극 문양 안에 든 횃불을 청룡과 백호가 감싼 모양으로 18년 만에 바꿨다. 네티즌은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의 ‘미르’가 용의 옛말로, 이 재단도 엠블럼에 용 문양을 쓴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씨의 국내 행적을 추적한 네티즌도 있다. 거리 사진을 보여주는 ‘다음 로드뷰’에 최씨가 소유한 빌딩 주소를 검색해 최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모습을 찾아내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고(故) 최태민 씨의 종교에 빠져 최씨 등에게 휘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네티즌 수사대가 집중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 제사나 굿에 참석한 현장 사진 등을 재조명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한 방송에 출연해 “최태민 씨와 박근혜 후보의 관계를 낱낱이 드러내면 온 국민이 경악할 것”이라며 “박 후보를 좋아하던 많은 분이 밥도 못 먹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다시 꺼내들었다.

네티즌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발굴하거나 공유하는 건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대중의 정보검색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