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전국 지역위원장들이 31일 국회에서 ‘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전국 지역위원장들이 31일 국회에서 ‘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에게 제기된 국정농단 혐의는 줄잡아 10여개에 이른다. 검찰의 ‘늦장수사’로 주요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유죄 입증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혐의의 처벌 수준이 낮은 것도 검찰의 말 못할 고민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에서 자칫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모든 화살이 검찰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긴급체포] 미르·K기금 유용,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법조계 "유죄 입증 난관 많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들여다보는 최씨의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불법 설립하고 그 기금을 유용한 부분이다. 두 재단은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의 출연금을 끌어모았는데, 이 과정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스포츠재단은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개인회사 더블루케이, 비덱 등을 통해 기금이 유용됐다는 정황도 나왔다. 최씨에겐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횡령·배임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재단 자금이 독일에 불법적으로 빼돌려졌으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50억원 이하일 때 과태료 5000만원)도 적용 가능하다. 딸 정유라 씨(20)가 독일에서 구입한 4억원 상당 주택의 자금 출처에 대해선 증여세 탈루 혐의(징역 2~3년형)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선 최씨가 어느 정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공방을 예고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은 또 다른 줄기다. 최씨는 태블릿PC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문서를 받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7년 이하 징역형),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2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씨가 2012년 말 받아 본 박 대통령 당선인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대 자료 문서에 국방부와 북한이 세 차례 비밀접촉했다는 내용이 있어 군사기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군인이나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죄 입증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의견을 구하기 위해 최씨에게 단순히 문건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블릿PC 외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처럼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씨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태블릿PC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횡령·배임 물증이 있다면 최씨를 구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두 재단 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면 최씨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최씨가 30일 전격 귀국하고 검찰 출석 전까지 여러 관계자와 말을 맞췄을 것”이라며 “검찰이 피의자에게 저런 시간을 주면 안 되는데 검찰이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횡령·배임, 탈세,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은 이번 사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며 “핵심은 최씨의 국정농단인데 이를 밝혀내려면 강요죄든 뇌물죄든 적용해야 하지만 증명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