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신설을 놓고 인근 지방자치단체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세종시는 “인구 50만명의 자족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종역 설치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존 KTX가 지나는 충청북도와 충남 공주시는 “이용객 감소에 따른 지역 발전 저해를 가져온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세종역 신설 놓고 갈등 심화

호남고속철도 '세종역 신설' 갈등
세종역 신설 논란은 지난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선로 용량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시작됐다. 용역 안에 세종역 신설 검토가 포함됐다. 용역은 내년 초 마무리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종시 발산리에 세종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산리는 세종시 중심과 가까워 역을 만들면 10여분 만에 정부청사까지 갈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구상이다. 이 의원은 “철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선로에 간이역 형태로 신설하면 500억원의 예산으로 KTX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종시를 찾는 외부인은 정부세종청사에서 18㎞가량 떨어진 오송역에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버스를 타고 청사에 가야 한다. 갈아타는 시간을 고려하면 25~30분 정도 걸린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세종역은 필요하다”며 “인근 지자체와 윈윈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충청북도와 충남 공주시는 “KTX 세종역이 신설되면 20㎞마다 서는 KTX를 타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오송역과 공주역 간 거리는 44㎞다. 중간에 세종역이 생기면 20여㎞마다 KTX가 정차한다는 논리다. 시간으로 따지면 호남선 KTX는 오송역을 출발해 7분마다 세종역과 공주역에 정차한다. 공주시 관계자는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에 또 하나의 역이 들어서면 공주역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 쟁점으로 확대 전망

지역 정치권에선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을 둘러싸고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2일 충청북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역 신설 반대 의견을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충청남도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 “공주 역세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국가 기간 철도망 사업으로 정부가 검토할 문제”라며 한 발 빼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의 공약에 반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관측이다.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