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 비위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

'스폰서·수사무마 청탁'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취지의 의견만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김 부장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부장검사가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고 여러 변소(辯訴·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요청)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장검사는 자세한 의견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도 "지난주 선임돼 아직 접견이나 수사기록 열람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재판은 이날 김 부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모(46)씨와 변호인들만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품·향응 수수 의혹을 폭로한 김씨 측은 자신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관해 "아직 기록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추후 의견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검찰 구성원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간부의 비위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 부장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돈을 빌리거나 친구로서 함께 술을 마셨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점에 관해선 "부장검사로서 공여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장검사와 김씨 사이에 오간 메시지 내용이나 김씨의 진술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씨로부터 총 5천800여만원의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서울 강남 고급 술집 등에서 총 29차례에 걸쳐 2천400여만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씨의 지인에게 수감 중 편의를 제공해주는 등 명목으로 500만원을 수수하고, 자신과 교분이 있는 곽모(여)씨의 오피스텔 보증금·생활비·용돈 명목으로 2천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7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지우거나 휴대전화와 메모를 없애라고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재판부는 다음 달 18일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혐의에 관한 김 부장검사 측 의견을 들은 뒤 공판준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