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원 K스포츠 추가 지원·회수 건으로 참고인 조사

지난 6월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면세점 입점 비리, 그룹 비자금 의혹 등으로 5개월 가까이 검찰 수사를 받은 롯데가 이번에는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의혹으로 다시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법조계와 롯데에 따르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기업사회적책임)팀장(상무)은 전날 오후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이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소 사장과 이 상무는 지난 3월 사실상 최순실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과 처음 접촉했다.

이전부터 K스포츠재단은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 제안할 일이 있다"며 롯데에 면담을 요청했고, 결국 3월 17일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 등이 직접 서울 소공동 롯데 정책본부(그룹 본사) 사무실 24층으로 찾아왔다.

정 전 사무총장 등은 대외협력 부문 책임자인 소 사장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고, 이후 실무 차원의 협의는 이 상무가 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 요청의 요지는 "대한체육회가 소유한 하남 땅에 엘리트 스포츠, 특히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기 위한 시설을 지으려는데 땅은 우리가 마련할 테니 건축 비용을 롯데가 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몇 차례 이어진 실무 접촉 장소에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가 직접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앞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선으로 K스포츠재단에 17억 원(롯데케미칼)을 기부한 상태였지만,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등의 프로젝트를 정부가 한류·스포츠 육성 취지로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70억 원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계열사 CSR 관계자 회의 등을 거쳐 5월 계열사들이 70억 원을 분담,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송금 약 열흘 만에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 원을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돌려줬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이 자세한 설명 없이 '부지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70억 원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롯데가 최순실 씨 측에 거의 강제적으로 70억 원을 추가로 뜯겼다가 다시 돌려받은 것으로, 롯데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실상 피해자와 다를 바 없는 참고인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6월 대대적 압수수색 이후 4개월여 동안 500여 명의 그룹 임직원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롯데로서는, 다시 고위급 임원들이 가장 민감한 국정 이슈에 연루돼 검찰에 드나든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6월 10일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수사 무마를 위해 적극적으로 비선 실세 측인 K스포츠재단에 돈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처음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 요청을 받은 3월은 검찰의 그룹 수사 가능성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던 시점"이라며 "오히려 경영권 분쟁 이후 그룹이 안정을 찾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던 때"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이다.

앞서 6월 11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롯데마트 PB(자체브랜드)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 사건과 관련해 판매 당시 책임자로서 구속됐고, 7월 7일에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로비 등으로 수십억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그리고 19일에는 횡령·배임 등의 비리 혐의로 신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모두 24명의 롯데 총수 일가 및 그룹·계열사 임직원이 무더기 기소됐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 건 조사는 참고인 신분일 뿐이고, 지난 25일 국민에게 약속한 경영쇄신안을 차질없이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