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전격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딸 정유라(20)씨는 해외에 머물며 귀국을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31일 오후 최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씨가 당분간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에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씨는 입학 과정은 물론 학사관리에서도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같은 의혹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본체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못지않은 공분을 샀다.

그러나 정씨와 이대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도 부정 입학 과정을 주도한 것은 입학 당시 18살이던 정씨가 아닌 어머니 최씨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검찰에 이 과정을 소명할 주체가 최씨인 만큼 정씨는 자신을 향한 큰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당장 귀국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점도 귀국을 미루는 배경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모녀가 최근까지 머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한 주택에서는 어린아이 장난감 등이 목격됐다.

현지 주민들은 갓난아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비덱(Widec) 스포츠에는 정씨가 '미세스(Mrs)'로 기재돼 있다.

여기에 어머니의 '비선실세' 의혹 뿐만 아니라 정씨 자신이 '특혜입학' 의혹이 제기돼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 왔다는 점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점도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딸이 심경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씨가 신경쇠약 증세로 주사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이경재 대표변호사는 최씨가 "딸 유라는 좀 놓아달라, 보호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하면서 정씨에 대해 "풍파를 견뎌낼 만한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정씨가 사실상 대학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그가 이대에서 자퇴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대는 "아직 그런 서류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