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라면 응급실 방문력 등 일상생활 정황 알아봐야"

'비선 실세'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가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왔다는 변호인의 설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호화생활을 즐기며 일상생활을 유지해온 최 씨가 수사당국의 조사를 피하고자 공황장애라는 정신건강 문제를 핑계로 꺼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31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최 씨가 현재 상황에서 불안증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관련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던 경험 등 정황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공황'이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 오는 갑작스러운 공포감으로, 특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신체의 경보 체계가 오작동해서 위협적인 상황과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다면 '공황발작'에 해당한다.

다만, 한번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공황장애'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의 증세가 여러 번 반복되거나 반복될까 두려운 경우, 또 이 발작이 스트레스나 심근경색과 협십증, 갑상선 질환, 간질, 저혈당증, 빈맥 등 신체질환에 의한 것이 아닐 때 진단한다.

경기도에 있는 대학병원의 A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관련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공황발작이 3~4번 이상 반복됐을 때 진단한다"며 "최 씨가 지금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공황발작도 일어날 수 있지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의 상태만 가지고 공황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평소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정도로 공황장애가 있었다면 과거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는 등 일상생활이 힘든 정황이 포착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현재 건강이 대단히 안 좋은 상태"라며 "(최씨) 본인이 그동안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약을 지금 소지하고 있지 않아 (검찰의) 허락을 받아 밖에서 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B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는 대개 갑자기 나타난 공황발작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게 돼 있다"며 "최 씨의 상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만약 실제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면 과거 응급실을 방문한 경험 등의 정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최 씨가 공황장애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정도였다면 이번 사건 이전에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무리가 있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