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이 ‘위헌 정당’으로 지목돼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고려대에선 통진당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연합당 관련 사건으로 총학생회장단이 집무정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총학)는 최근 집행부 임원 중 민중연합당 당원 2명을 해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려 했고 후배들에게 민중연합당이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중연합당은 스스로 통진당과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대표단 상당수가 과거 통진당 활동 인사들이고 전당대회에서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통진당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면서 총학 집행부가 민중연합당 관련 세력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지난 27일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때문에 고려대 총학은 27일 낮 12시로 예정됐던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학생들도 민중연합당 소속 또는 ‘극렬 운동권’ 학생들과 선을 그었다. 이대생들은 농성 당시 학내에 ‘우리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였다.

시흥캠퍼스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 10일부터 본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역시 점거를 주도하는 운동권 세력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