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학생 급식상품권 수개월치 몰아서 '뒷북 지원'

교육 당국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교 급식이 없는 날 점심을 해결하도록 상품권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생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지난 24일 학교에서 5천원권 농산물상품권 한장, 2천200원어치 빵과 음료수를 받았다.

이 상품권과 음식물은 사실 A군이 몇달 전 받아야 했을 4일치 점심이다.

학교가 올해 3월부터 이달까지 급식을 제공하지 않은 총 4일간 급식비 7천200원(1일 1천800원×4일)을 뒤늦게 챙겨준 셈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A군은 등교하는 날은 돈을 내지 않아도 친구들과 같이 학교 급식을 한다.

시험기간이나 징검다리 휴일처럼 급식이 없거나 학교가 임시방학하는 날에는 밥을 굶을까봐 시교육청 예산으로 상품권과 음식물을 지급한다.

문제는 상품권과 음식물이 실제로는 한참 후에 몰아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인천의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급식 지원대상 B양도 1학기 미급식일 점심값 1만6천원(1일 4천원×4일)을 7월 14일에야 농산물상품권으로 받았다.

그나마 농산물상품권은 특정 매장에서만 음식물로 바꿀 수 있고 최소 금액이 5천원인 탓에 1만6천원 중 1천원은 받지 못했다.

A군과 B양처럼 학기 중 점심 급식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가정 중·고교생은 인천에만 3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마트·농산물·재래시장상품권은 급식이 없는 날로부터 몇달이 지나 지급돼 급식 대신 식사를 해결하라는 당국의 '배려'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30일 "전국 시·도별로 가정형편을 심사해 지원대상을 정하는 작업이 매년 5월 말에나 마무리되는 탓에 일선 학교가 지원대상 학생들에게 상품권을 미리 주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인천교육청은 학교별로 급식단가가 두배 이상 차이나고 상품권 액면가와 달라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상품권 액수가 더 줄어드는 문제점도 바로잡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상품권 최소 액면가에 맞춰 1일 5천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지원대상 선정을 최대한 앞당겨 학생들이 급식을 못받는 날 이전에 상품권을 받아 점심을 사먹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뒤늦게라도 문제점을 고치기로 한 인천과 달리 다른 지역은 아직 뚜렷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천과 사정이 비슷한 대도시인 다른 특별·광역시는 미급식일에 아예 상품권을 주지 않거나 1일 3천∼4천원 상당의 상품권 또는 음식물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품권과 달리 도시락, 빵, 음료수 등 음식물 제공의 경우 전달 과정에서 '가난의 비밀'이 노출돼 지원대상 학생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처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