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실씨가 운영한 비선모임에 '문화계의 황태자'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차씨가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지는 계기가 된 미르재단을 둘러싼 주요 의혹과 관련해 각종 이권에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국정에까지 개입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26일 '한겨레' 보도에 나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를 '대통령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차은택 씨는 거의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며 "최씨나 차씨와의 친소관계가 모임의 성격을 좌우하는 듯했다"는 이 전 사무총장의 말까지 고려하면 국정 전반은 물론 인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최순실은 대통령과 밀접한 사람'이라는 증언과 함께 "그 밑에 차은택이 있다"고 한 이 전 사무총장의 이야기 역시 이런 추론들을 뒷받침한다.

차씨는 그동안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내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문화 관련 사업을 따내며 다양한 잇속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의혹대로 차씨에게 '몰아주기'를 하려면 정부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를 속속들이 알거나 사업 주체를 선정하는 관료와 특수한 관계에 있어야 한다.

이는 차씨가 단순히 '비선실세'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문화 분야 등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차씨가 정부와 일하기 시작한 뒤로 그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하고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발탁되는 등 문화정책 관련 고위직 인사 과정에도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또 김종덕 장관은 취임 후 넉 달 만에 문체부 소속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를 임명했는데, 송 원장은 차씨와 친분이 깊은 사이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송 원장이 제일기획 제작본부 상무시절 제일기획이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차씨에게 많이 맡기는 등 두 사람간 인연이 각별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차씨는 특히 최순실씨의 핵심 측근이었던 고영태씨의 추천으로 최씨와 인연을 맺게됐지만 이후에는광고업계 경험 등을 십분 살려 펜싱선수 출신의 고씨 보다도 더 최씨로 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차씨의 국정 개입 의혹의 근거는 이 전 사무총장의 증언뿐이어서 그 진위를 가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이 전 총장이 최순실씨와 완전히 관계가 틀어져 최씨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이러한 관계를 감안해 이씨의 주장을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26일 미르재단과 K 스포츠 재단 사무실과 함께 차은택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 머무르는 차씨를 소환해 조사한다면 '국정농단' 의혹의 단면도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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