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 혐의' 50대 여성에 징역 3년 선고

인천에서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자산가 A(사망)씨는 2010년 폐암 수술을 받은 후 3년 만인 2013년 6월 다시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한 달 넘게 치료를 받고 상태가 나아져 퇴원했다가 보름가량 만에 응급실로 이송됐고, 결국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며칠 뒤 사망했다.

A씨의 회사 경리부장인 B(52·여)씨는 2013년 6월 A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주치의로부터 사망 가능성을 전해 들었다.

그는 1990년부터 23년간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해 보호자 역할을 했다.

회사 주식도 50%를 보유한 주주로 회사와 A씨 개인 통장을 직접 관리했다.

B씨는 의사의 사망 경고를 들은 다음 날인 2013년 6월 14일 인천의 한 은행 지점에 찾아가 A씨 명의의 양도성 예금 10억원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다.

은행 부지점장이 대출 당사자인 A씨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자 B씨는 "A씨가 몸이 편찮아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차용신청서를 가서 받아 오겠다"고 둘러댔다.

당시 A씨는 중환자실에서 수면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B씨는 A씨 몰래 차용신청서를 직접 작성했다.

평소 자주 봐 알던 A씨의 필체를 흉내 냈다.

같은 날 오후 늦게 대출금 10억원이 A씨의 통장에 입금됐다.

A씨의 예금계좌로 들어온 이 돈은 결국 B씨가 평소 관리하던 회사 통장에 다시 입금됐다.

B씨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가 숨지기 이틀 전인 2013년 8월 8일. 주치의로부터 사망이 임박했다는 소견을 들은 그는 '연명치료거부 동의서'에 직접 서명을 하고 A씨의 은행통장과 인감도장을 올케인 C(55)씨에게 건넸다.

C씨는 A씨의 통장에 든 6억5천만원을 찾아 사위, 사돈, 딸 친구의 계좌에 5차례 나눠 입금했다.

C씨가 대신 찾아 준 A씨의 예금 6억5천만원도 B씨의 손에 들어갔다.

검찰은 A씨가 사망하면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모든 재산이 상속될 것을 우려한 B씨가 올케와 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B씨는 A씨가 의식을 잠시 회복해 퇴원한 시점에 아파트 1채와 A씨가 갖고 있던 7억5천만원 상당의 개인 채권 3개를 증여받은 상태에서 또 욕심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B씨와 그의 올케 C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 전 10억원을 대출받아 여유 자금으로 계좌에 넣어두라고 지시해 따른 것"이라며 "A씨의 재산을 빼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A씨의 사망 가능성을 알고 예금이 상속인들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해 빼돌렸다"며 "은행 담당자들을 속이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규모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정에서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잘못을 뉘우치거나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이 A씨와 동거하면서 사실혼에 준하는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망 무렵까지 병 간호를 하며 수발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