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남편이 치매 걸리면 아내도 비슷한 고통 겪죠"
“치매는 50여가지 질환으로 인해 인지장애 증상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노인 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면서 부부 중 한 명이 치매에 걸리면 나머지 한 명도 치매 환자와 비슷한 고통을 겪습니다. 이들을 보살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강서구치매지원센터장·사진)는 “치매 환자가 생겼을 때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마음을 챙기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는 치매 환자 치료에 다양한 인지교육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1~2013년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뇌의 전두엽 기능을 높이는 기억력 훈련 등을 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경도 인지장애 단계부터 기억력 훈련을 한 환자는 인지능력이 감소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다. 임상 현장에서도 이 훈련을 활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과제로 치매 보호자를 위한 마음챙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환자에게 생기는 이상행동을 설명하고 보호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요가, 운동법, 스트레스 조절법 등이 담겼다. 내년이면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진단을 위한 검사방법 특허도 출원했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인지 치료, 운동 등을 활용한 치매 치료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공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 교수를 통해 고령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인 치매와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치매는 어떤 병인가.

“치매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상 생활을 하던 사람이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 때문에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치매 일으키는 대표 질환은.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뇌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돼 없어져야 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쓰레기처럼 쌓이는 질환이다. 40~50대 젊은 치매 환자는 이 단백질이 청소되지 않고 많이 만들어져 뇌에 쌓여 치매가 생긴다. 노인은 이 단백질을 없애는 소각 기능이 떨어져 치매가 생긴다.”

▷주요 증상은 어떤가.

[건강한 인생] "남편이 치매 걸리면 아내도 비슷한 고통 겪죠"
“퇴행성 뇌질환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증상이 서서히 악화된다.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랜만에 보는 자식들은 부모를 만날 때마다 같은 패턴의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다. 돈이나 냉장고 관리 등 사소한 일상생활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난 상황을 100%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메모 등을 보면 상황이 기억나는 것이 정상이다. 이때도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로 의심할 수 있다.”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신경세포는 망가지면 회복시킬 수 없다. 신경세포가 남아 있을 때 약물 치료, 운동 치료, 인지 훈련 등을 해서 이를 보존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중 치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은 약물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매 진행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어디까지 왔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등의 약물에 대한 연구는 많이 발전됐다. 5년에서 10년 내에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치료하는 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사회적 지지가 중요한 이유는.

“노인 두 명만 사는 집이 늘면서 과거보다 치매 환자 부양 부담이 커졌다. 이전에는 치매 환자가 요양원을 빨리 가는 것이 치료에 도움된다고 생각했지만 환경이 바뀌면 치매 환자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 가정에서 지역사회 도움을 받아 부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환자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치매 환자가 생기면 보호자가 함께 치료에 참여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외국은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 환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외래 진료를 오는 치매 환자 보호자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 다른 병은 걸리면 치료 주체가 본인인데 치매는 치료 주체가 가족이다. 환자를 포기하지 말고 치료하면 좋은 약이 나올 것이다.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 보호자가 암, 뇌졸중, 심장질환 등에 걸려 환자보다 먼저 사망하는 일도 종종 있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거나 변화가 생기면 숨기지 말고 자식들에게 얘기해야 한다. 지역사회 치매 지원센터, 노인요양보험 등 기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