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87년 체제' 개편 필요성엔 공감…"정부 주도보다 각계 의견 수렴"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조계에서도 개헌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개헌 대상 중 하나로 대통령 단임제를 지목했다.

또 박 대통령은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됐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1987년 헌법 체제'의 변화를 역설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역사적 소명을 다 한 규정"이라며 "대통령의 임기 말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통치구조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예외적인 제도라 독재의 위험이 적어진 지금 가장 먼저 개헌 대상으로 언급된다"며 "여론조사 등으로 개헌 과정에 공감대를 얻어가며 개헌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5년 단임제가 여전히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국민에게 4년 중임제의 장단점을 충분히 홍보한 뒤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 주도 형태의 '톱-다운'식 개헌 메시지가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그간 개헌을 안보위기·민생경제 논의를 잠식하는 '블랙홀'로 표현했던 대통령이 왜 입장이 변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대통령 중임제는 정치인에겐 초미의 관심사지만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국민에겐 중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에겐 알 권리, 개인정보 결정권, 노인·아동 인권 등 기본권을 보장을 강화하는 개헌이 더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국민이 직접 법률을 발의하는 국민 발안제, 국민투표로 선출직 공무원을 파면하는 국민소환제 등도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이번 개헌 논의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임순현 방현덕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