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에 카페 사용 종이컵 등 물품 가득…현재 폐업·독일에도 같은 카페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지목 인물은 한때 운영업체 이사 재직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여,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이 카페가 실제로 최씨와 연관이 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물품들이 대거 자택 건물에서 발견됐다.

23일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의 7층짜리 빌딩을 살펴본 결과, 이 건물 지하주차장에서는 최씨가 강남에서 운영했다는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Testa Rossa) 로고와 상호가 인쇄된 물품 보관용 박스 40여개가 쌓여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최씨가 자신 소유 건물 인근에 있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테스타로싸를 운영하다 지난 8월 갑자기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카페가 최씨가 정·관·재계 유력인사들을 접촉하는 '아지트'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씨 빌딩 지하에 쌓인 상자에는 이 카페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한 1회용 종이컵과 종이컵을 덮는 데 쓰는 플라스틱 뚜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스에 붙은 운송장에는 물품 내용물이 적혀 있었고 배송지 주소는 해당 건물이 아닌 테스타로싸로 적혀 있었다.

이 박스는 올해 2월 11일 테스타로싸로 배송됐다.

카페로 배송됐던 물품 박스가 몇 달이 지나 최씨의 집에서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최씨 소유 건물은 지상 7층·지하 2층 규모로, 지상 1∼4층은 상가, 그 위로는 주거공간으로 알려졌다.

주말 낮인 데다 평소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 지역이어서 빌딩 앞은 수시로 지나가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건물에는 경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층에는 줄을 서야 할 만큼 영업이 잘 되는 음식점이 입점했고, 2층은 통째로 빈 상태였다.

3층에는 마사지숍이, 4층에는 건강·미용업체가 입주해 있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 건물은 2003년 8월 최씨 이름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됐고, 최씨가 개명하면서 2014년 3월 소유주 이름만 바뀐 채 그의 주소지로 등록돼 있다.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모두 7억2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최씨는 이 건물 거주층에 산 것으로 알려졌으나 엘리베이터는 5층부터 버튼이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 역시 5층 위로는 잠겨 있었다.

건물 주차관리인은 "최씨에 관해 아는 게 없다"고만 답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건물의 정확한 시세는 확인되지 않으나 이 일대 매매가는 3.3㎡당 6천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는 월 1천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 부동산 중개업체 측은 전했다.

최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테스타로싸가 입점했던 논현동 건물은 다른 업체가 들어오기 전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테스타로싸 운영업체인 J사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보면, 그간 언론보도에서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으로 알려진 김성현(42)씨가 이 업체 사내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확인돼 최씨와 테스타로싸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유력인사들을 만나는 아지트였다는 의혹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씨 모녀 소유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비덱(Widec)이 매입한 독일 현지 호텔에도 논현동 카페와 이름이 같은 '테스타로싸' 카페가 있다.

최씨 소유 건물과 테스타로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더블루K, 미르재단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차은택 감독의 아프리카픽쳐스 등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된 건물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몰려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황재하 최평천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