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호텔 주변 마을주민들 "1~2주 전에 최씨일행 떠나"

"지난 6월께부터 한국인들이 호텔을 드나드는 것을 봤습니다. 1주일 또는 2주일 전까지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독일 헤센 주(州) 프랑크푸르트공항 기점으로 42㎞ 떨어진 슈미텐 지역의 전원풍 마을에 자리한 호텔 '비덱 타우누스'의 문은 주말인 22일 오전(현지시간)에도 굳게 닫혀있었다.

이 호텔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행세한 의혹을 사는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독일 회사 '비덱 스포츠'와 '더 블루 K'가 모두 법인 주소지로 사용한 곳이며, 최 씨 일행이 묵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아름다운 경관이라는 뜻의 '쉐네 아우스지히트' 거리에 있는 이 호텔이 안은 풍광을 공유하는 호텔 맞은편 이웃 주민은 한국인 일행 전체가 언제 이곳을 떠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주일이나 2주일이라는 어림셈을 내놓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남성으로 보이는 이 주민은 이에 앞서 호텔에서 한국인 일행을 보기 시작한 시점을 지난 6월로 기억했다.

호텔은 이미 간판을 떼어내 여느 일반 저택과 다를 바 없는 외관으로 바뀌었고, 주출입구로 이끄는 낮은 턱의 계단 난간 위 조명 틀은 봉인까지 돼 있었다.

여유 있는 주차 공간과 크고 작은 주변 단독주택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전경과 달리, 호텔 뒷면 문 유리에는 여러 군데 금이 가 있었고 야외 탁자 위 재떨이에는 지저분한 담배꽁초가 너절하게 쌓여있었다.

당장 타고 달릴 수도 있을법한 멀쩡한 자전거 한 대도 한편에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최 씨가 사들였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던 주택 3채 가운데 하나인 호텔 인근 주택 문도 꽁꽁 빗장이 걸려있긴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호텔 정문으로 나와 오른편으로 몇십 걸음 걸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독일로 출국했다는 당국의 확인이 나온 최 씨 일행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의 독일 법인 설립을 돕거나 회사의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이들도 최 씨와 승마선수인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다.

승마코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 씨와 그의 딸이 독일을 떠났다는 말이 돈다'라는 물음에 "나는 모른다"라고 대답한 데 이어 '여전히 독일에 있다는 것이냐. 그들과 연락을 유지하지 않느냐'라는 추가 질문에도 "모른다. 전화로 그런 말들을 할 수 없다"고 보탰다.

캄플라데는 이어 "내가 내주 중반에 독일로 돌아간다"라고 말하고 "나는 지금 러시아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씨의 독일 법인 설립을 비롯해 각종 법률 업무 등을 다룬 재독 교포 박 모 변호사는 최 씨와 관련된 어떠한 질문을 받더라도 대답할 것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슈미텐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