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주례는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학교수 등의 결혼식 주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보편적인 사회 풍습으로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라는 게 권익위의 해석이다.

권익위는 21일 대학교수를 비롯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공직자)가 결혼식 주례를 보고 사례금을 받는 것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세대를 비롯한 대학들의 질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던 권익위는 한국경제신문이 “교수들 ‘결혼식 주례 어쩌나’” 기사(10월20일자 A31면)를 내보내자 참고자료를 통해 이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다.

권익위는 교수들이 맡는 주례가 김영란법상 신고 의무가 있는 ‘외부 강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결혼식 주례는 직무 관련성이 없고 사적인 친분 관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외부 강의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례가 논란이 된 것은 김영란법(10조)이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된 영향력을 통해 요청받은 교육, 홍보, 토론회, 세미나 등 외부 강의를 할 때는 소속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대가로 받는 사례금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이 법 조항을 근거로 교수들에게 주례를 맡기 전 학교에 신고할 것을 권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사적인 행사도 신고해야 하느냐”며 반발해 왔다.

권익위는 주례를 본 대가로 사례금을 받는 행위도 허용된다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주례 사례금은 결혼식 진행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며 우리 사회의 전통 풍습이므로 사회상규상 허용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이번 권익위의 해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맡기로 한 주례를 포기하는 일까지 있었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익위 해석을 계기로 교수들이 신고 부담을 덜었다”며 “하지만 매번 권익위가 사회상규를 결정하는 것은 그만큼 김영란법이 불완전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