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사고 70%·운전자 사망 40% 증가…"연령대별 대책·사회적 논의 필요"

고령 운전자가 내는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오전 7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대형버스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었다.

통근차량으로 쓰이던 이 대형버스는 반대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은 다음 주변 상가 건물을 충격하고 멈춰섰다.

이 사고로 운전자 전모(71)씨 등 통근버스 탑승자 14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다쳤다.

전 씨는 "핸들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정상 신호에 좌회전해서 편도 2차로로 진입한 버스가 그대로 왼쪽으로 꺾어 중앙선을 넘은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전 씨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일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한 호텔 주차장에 진입하던 모범택시가 주변 화단을 충돌한 데 이어 주차된 고급 승용차 4대를 연달아 들이받았다.

당시 75세이던 택시 기사는 "운전을 40년 했는데 이런 사고를 내겠느냐"며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이 영상 증거를 내놓자 본인 과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가 고령이어서 순간적 실수로 사고를 낸 것 같다며 기사를 형사 입건하지는 않았다.

같은 해 3월 19일에는 대전 동구 인동에서 강모(85)씨가 몰던 소나타 승용차가 인도를 넘어 한 상가로 돌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강 씨 차량은 도로에 있던 택시를 추돌한 데 이어 마주오던 그랜저 승용차를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강 씨뿐만 아니라 강 씨 승용차에 부딪힌 택시·그랜저 운전자 역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같은 고령 운전자의 잇따른 사고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1년 1만3천596건, 2012년 1만5천190건, 2013년 1만7천590건, 2014년 2만27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2만3천63건을 차지했다.

4년 전에 비해 70% 증가한 수치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령 운전자는 2010년 547명에서 2014년 763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운전·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부터 65세 이상 버스 운전사는 3년 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7가지 종류의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2018년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도록 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그렇지만 고령 운전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택시 등의 경우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 택시기사 자격 제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보여준다.

당시 '일정 나이를 넘으면 면허 갱신을 자주 해야 한다'는 응답이 56.8%로 가장 높았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24.2%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령대별로 나눠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장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 교수는 "면허를 갱신할 때 시력 등 일정 항목에 관해 형식적 검사가 이뤄지는데 연령대에 맞춰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적성검사 주기도 연령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특히 버스나 택시처럼 타인을 수송하는 고령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운전 능력을 더 까다롭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전자 본인이 판단하는 신체 능력이 실제 능력과 현저히 차이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본처럼 면허를 반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김은경 창원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고령 운전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 조정이나 몇 살까지 운전할 수 있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