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권역응급센터, 전남대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
정부 지원 중단…6개월 뒤 재검토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전북 전주의 두 살배기 어린이의 수술을 처음 거부한 전북대병원이 단 22분 만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병원은 당시 다른 수술이 진행된다는 점을 전원(傳院) 결정의 이유로 들었으나 해당 수술은 시급을 다투는 응급 수술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의 조사 결과를 논의해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센터 지정을 취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응급의료위원회 조사 결과 고(故) 김민건 군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께 사고를 당했고 오후 5시 48분 119 구급대를 통해 전북대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전북대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고, 직접 대면 진료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영상의학과와 협진하지 않아 환자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김군은 골반이 심각하게 골절된 상황이었는데도 병원 측은 당시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전북대병원은 환자 도착 22분 만에 전원을 결정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당시 이 병원이 치료거부 사유로 내세운 '진행중 수술 2건'은 신장이식수술과 유방암에 따른 유방 절제 수술 등으로 시급성이 부족한 편이었다.

또한, 현장에는 응급센터장이 있었는데도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아보는 전화통화는 전공의(레지던트)가 맡았다.

전공의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이 과정이 지체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다른 수술 때문에 환자의 수술이 어렵다는 것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며 과태료 200만원, 과징금 322만5천원을 부과하고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되면 환자들로부터 응급의료수가 등을 받을 수 없게 돼 병원 수익이 감소한다.

다만 복지부는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센터 지정을 취소하면 이 지역의 다른 중증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 6개월 후 지정취소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됐다고 해서 병원이 지역사회에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6개월 뒤 재지정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전북대병원은 지금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개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북대병원 등의 연락을 받고도 전원요청을 거부한 병원 14곳 가운데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조사 결과 전남대병원은 골반골절 등 환자의 상태가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됐는데도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고 거부했다.

다만 이 병원 역시 마찬가지로 지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뒤 재지정을 검토한다.

전남대병원과 마찬가지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으나 이송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된 을지대병원은 당시 환자의 상태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권역 외상센터' 지정을 일단 유지한 채 6개월 후 지정취소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원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권역외상센터 2곳 외에 나머지 병원 12곳 중 7개 의료기관(순천향대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은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도중에 통화가 끊기는 등 제대로 된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5곳(원광대병원, 충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은 아직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병원 등이었다.

복지부는 각 병원의 전원 직통번호를 응급의료정보망에 공지하고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게시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중증 응급환자가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조정센터에서 119, 닥터헬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전원조정센터의 조정기능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권역 간 전원은 원칙적으로 전원조정센터에 의뢰해 우선 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