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경찰이 잠복하며 살인누명 씌우려해" 과대망상 기미도 엿보여

19일 서울 시내에서 사제총기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총격범은 며칠 전부터 범행을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총격범 성모씨(46)는 최근 페이스북에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경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글을 자주 올려 범행을 미리 준비했음을 짐작게 한다.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그는 주변에 자신을 감시하는 경찰관이 잠복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글도 자주 올렸다.

일종의 과대망상 증세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달 7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성씨는 "옹이를 끝까지 챙길 수 없는 게 유감이다.

형, 큰누나는 동물을 무척 좋아하니 잘 돌봐주리라 기대한다"고 썼다.

이후 경찰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글 빈도가 부쩍 높아진다.

이달 9일 성씨는 한 노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는 영상과 함께 "강북경찰서 XX새끼들은 여전히 칵퉤작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적었다.

성씨가 게시한 글들을 종합해보면 '칵퉤작전'은 경찰이 주변에서 잠복하며 그를 음해하고 살인누명을 씌우려는 작전이다.

같은 날 성씨는 자신의 한국성폭력범죄자위험성평가척도(KSORAS) 결과표를 올리면서 "KSORAS 감정서에서 '범행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어느 정도 느낀다'고 (나를) 평가했는데 나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거나 뉘우친 적도 없다.

내가 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조작된 것이다"라고 썼다.

KSORAS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조사다.

역시 같은 날 그는 "내 전 재산은 9천493원이다.

40대 중반에 실업자에 가난뱅이, 거기다 국민왕따. 이 정도면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표본이다"라고 썼다.

10일부터는 경찰과의 '충돌'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11일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13일에는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 현장에 출동하지 마라. 괜히 진급 욕심내다가 죽는 수가 있다"고, 18일에는 "내가 알아서 사고 치게 그냥 놔둬라"라고 적었다.

11일에는 지난달 1일에 찍었다는 강북경찰서에서 오패산 터널로 향하는 길 주변 영상을 올렸다.

범행 장소 인근으로 보인다.

성씨는 영상에 나오는 소방 살수차를 두고 "내가 사고칠 가능성이 보이니 경찰이 체포작전에 돌입했으며 살수차는 이 작전에 지원된 것"이라고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는 검거 당시 나무 재질의 사제총기를 여러 정 갖고 있었으며 방탄복도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검거 직후 "나 자살하려고 한 거다.

맞아 죽어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19일 밤 브리핑에서 이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