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점거농성 중인 이화여대 본관. / 한경 DB
학생들이 점거농성 중인 이화여대 본관.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이화여대 교수들이 19일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다. 1886년 개교 이래 130년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홍역을 앓는 비정상적 상황 때문이다.

정씨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지난 17일 교직원 대상 설명회를 갖고 “특혜는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주최로 이날 오후 3시30분 학내에서 최경희 총장의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교수들은 이 자리에서 성명서 낭독과 교내 행진을 통해 최 총장의 해임을 강력 요구할 방침이다. 이사회로 공을 넘긴 것이다. 그동안 총장 사퇴를 거듭 주문했지만 최 총장이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사회가 직접 나서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선회했다.

20일부터는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릴레이 1인 시위도 펼친다. 비대위는 이사회가 최경희 총장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3일 교수·직원·동문 등이 집결한 대규모 공동 행동을 갖고 이사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 단과대학)로 촉발된 학내 사태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계되어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 안에서 이화는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오늘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사상 첫 교수 시위가 예정되어 있으며 11월3일 대집회 전까지 교수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월3일까지 최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라는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실제로 학교법인 이화학당 정관을 보면 “이사장은 재적 이사 반수 이상이 회의 목적을 제시하여 소집을 요구한 때에는 그 소집 요구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이사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7일 이내에 회의 소집을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소집 특례’ 조항이 있다.

해당 조항대로라면 이날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본 뒤 총장 해임을 목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할 경우, 이사진에 회의 소집을 통지하는 최대 기한이 다음달 2일이 된다. 만약 이날까지 이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튿날인 11월3일 총궐기한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즉 해임과 사퇴 가운데 어느 쪽이든 최 총장의 거취를 이날까지 결정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화여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이 중도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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