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베트남 법률시장] 김앤장·화우·세종까지 ‘6대로펌’ 모두 베트남행…로펌의 해외진출 2막 올랐다
법무법인 화우는 다음달 29일 베트남 호찌민에 분사무소를 개소한다고 18일 밝혔다. 외국기업 자문, 인수합병, 국제중재 등 분야에서 16년간 자문해온 ‘베테랑’ 이준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가 사무소장을 맡았다. 세종도 내년 1월께 베트남 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김앤장은 베트남 근무 경력이 있는 외국 변호사를 영입해 호찌민에 분사무소를 내기 위한 준비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6월, 광장은 올해 1월 베트남 사무소를 열었다.

베트남 법률시장이 뜨겁다. 변호사 2만3000명 시대에 대형로펌들도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해외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장·율촌·태평양에 이어 김앤장·세종·화우까지 나서면서 베트남은 국내 6대 로펌이 모두 해외 진출한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는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이 사무소를 열었다. 김앤장과 화우처럼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던 로펌도 발 벗고 나선 것을 두고 법조계는 국내 로펌들의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3대 수출국인 베트남으로 몰린 로펌들

베트남 진출은 10년 전인 2006년 로고스가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율촌·지평(2007년)이 뒤를 이었지만 2014년까지 추가 움직임이 없었다.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도 있었다.

로펌들이 다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베트남 시장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 있다. 베트남 수출 규모에서 한국은 2007년 13위, 2014년 6위에서 지난해는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한국이 세 번째로 해외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무역수지 흑자의 19.4%(약 43억달러)는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나왔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로펌들이 우선 호찌민에 둥지를 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는 행정기관의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호찌민은 베트남 제1 경제도시여서 기업의 법률 수요가 많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감소 △투자관련 법제의 불명확성 △행정절차의 비효율성 등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국내 로펌들은 베트남 법제 중 외국인직접투자에 관한 법령, 기업법, 노동법, 토지법 등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며 기업들이 현지에서 겪을 법률적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역관세나 조세제도, 금융제도에 대해서는 베트남 현지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모든 로펌이 다수의 베트남 현지 변호사를 채용하는 이유다.

◆글로벌 로펌의 ‘실험장’된 베트남 법률시장

베트남 법률시장은 글로벌 로펌들의 ‘실험실’ 역할을 한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글로벌 로펌이 베트남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이준우 변호사는 “베트남은 이미 글로벌 로펌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각축장”이라며 “인구는 9000만명 가량이지만 변호사는 1만명 밖에 되지 않아 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기반으로 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김앤장 관계자는 “현지에서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자 베트남 사무소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 경험이 있는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베트남에 사무소가 없으면 사건 수임 자체가 힘들다”며 “대형 로펌들도 한국에서 원격 지원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들은 ‘차별화 전략’ 고민

뒤늦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로펌들은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화우는 국내 기업의 현지 도우미 역할을 넘어 동남아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뿐 아니라 본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법률서비스의 전문성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은 인수합병, 금융, 부동산 분야에서 활약한 길영민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를 앞세웠다. 베트남 사무소의 성공 안착을 위해 본사에서도 최대의 지원을 하겠다는 각오다. 길 변호사는 “세종의 해외 업무 노하우를 총동원하고 현지와의 밀착 서비스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최고의 한국계 로펌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