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소득·교육수준이 노인의 '불안'에 영향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최근호 '노년기의 사회·심리적 불안과 정신건강'(채수미)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10.3%는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노인의 연령대를 구분하면 65~74세 노인(조사 대상 853명)은 10.1%, 75세 이상 노인(201명)은 11.4%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한국 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 실태조사'에서 나온 노인 표본 집단(총 1천55명)의 응답을 추출해 분석한 것이다.

평소 받는 스트레스 수준에 대해서 노인의 22.5%는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했고, 우울 정도 측정에서 10.2%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노인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 수준은 5.6점이었다.

전혀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0점, 가장 불안한 상태를 10점으로 가정하고 점수를 매긴 결과다.

혼자 사는 노인들(6.0점)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노인들(5.4점)보다 불안감이 컸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월 소득(가구)이 낮을수록 불안감은 커져서 600만원 이상 고소득 집단은 4.0점이지만 200만원 미만인 집단은 5.8점이었다.

응답자의 70.9%가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해 노년기 인구의 상당수가 큰 불안감을 안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교육수준에 따라서도 불안감은 차이를 보였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노인들은 5.1점이었으나 중졸 이상은 5.5점, 초졸 이상은 5.9점으로 나타나 학력이 낮을수록 삶에 대한 불안이 높았다.

다만, 직업 유무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70%가량은 직업이 없다고 답했고, 직업이 있다 하더라도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커 양 집단의 불안 수준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는 추정했다.

개인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요소는 신체적 건강(6.47점)이었고, 그다음으로는 노후준비(6.38점),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문제(5.93점), 스트레스, 우울, 중독과 같은 개인의 정신적 건강(5.14점) 등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요소로는 고위험 신종감염병(6.47점), 경기 침체 및 성장 둔화(6.41점), 안전 문제(6.04점) 등이 꼽혔다.

이 조사는 불안을 느낄 요소들을 제시하고 최근 1년간 각각에 대해 얼마나 불안을 느꼈는지 0점(전혀 불안하지 않음)부터 10점(매우 불안함) 사이에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노인들은 평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면이나 휴식(3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외에 TV 시청(24.8%), 산책(8.4%) 등이 있었고, 없다(7.4%)는 대답도 있었다.

채수미 연구원은 "노년기의 불안은 정신건강 및 다양한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구의 13.1%를 차지하는 노인의 사회·심리적 불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증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