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세경고 김민지 영양사 "아이들 위해 정성 가득한 음식 준비"

탄두리 치킨, 폭립 치즈 퐁듀, 돈코츠 라멘(돼지고기를 넣은 일본식 라면), 계란빵…"

부실한 학교급식이 심심치 않게 사회 문제가 되는 가운데 파주 한 고등학교의 급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탄두리 치킨에서 치즈퐁듀까지, 전문 식당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메뉴가 등장해 부러움을 사는 데다 급식 단가가 단돈 3천800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수제버거
수제버거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경고등학교 얘기다.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김민지(27·여) 영양사는 올해 3월부터 급식메뉴로 탄두리 치킨, 폭립 치즈 퐁듀, 곤드레나물 비빔밥, 열무 비빔밥 등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제철 과일을 직접 갈아 만든 음료수가 곁들여진다.

1천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최근에는 수제 햄버거와 치킨 토르티야, 무알코올 모히토를 선보이는 등 올 3월부터 최근까지 개발한 메뉴만 50가지가 넘는다.

김 영양사는 17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난해까지 급식비가 3천400원으로 운영이 빠듯했는데 올해 400원이 올랐다"면서 "급식비가 오르니 아이들에게 좀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해줘야겠다고 시작한 메뉴가 벌써 50가지가 넘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와 별 차이가 없는 급식비에도 양질의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영양사와 급식실 직원들의 '정성'이다.
'탄두리 치킨·폭립치즈퐁듀…' 이런 학교급식 보셨나요
김 영양사는 "재료들을 직접 사다 품을 들여 음식을 만들면 몸은 피곤하지만, 음식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신선한 음식을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먹일 수 있다"면서 "그만큼 일하시는 여사님들(급식실 여직원들)이 열심히 해주신다"고 전했다.

김 영양사의 수제 급식은 주 5일 중 2∼3일 준비된다.

매번 양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영양을 위해 한식, 일식 등 다양한 메뉴들을 골고루 제공하고 있다.

김 영양사는 특히 디저트가 나갈 때 '세경고 파이팅' '공부 열심히 해' '힘내' 등의 메시지를 적은 메모를 음식에 하나하나 꽂아 학생들에게 나눠줘 자그마한 감동을 더 한다.

김 영양사가 학교급식에 이토록 정성을 쏟을 수 있는 데는 이준화 교장의 관심 덕이 크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 필요하다"는 이준화 교장은 "급식실에 설치된 의견함에 아이들이 메모를 넣어두는데 매달 한차례 김 영양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급식 만족도는 높다"고 전했다.

김 영양사는 "교장 선생님과 직원들의 협조와 도움으로 힘든지 모르고 열심히 신메뉴를 개발 중"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급식을 먹고 나서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줄 때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메뉴 60가지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n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