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 신설시 오송·공주역 쇠퇴 불가피"
충북·공주 반발 확산 속 세종시는 의지 확고


충청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4개의 광역단체(충남·충북·대전·세종)가 묶인 곳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충청권협의체라는 것을 발족해 공통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며 공조해왔다.

과학벨트 사업 추진 때 그랬고,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보여준 충청권 공조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공조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KTX 세종역' 때문이다.

충청권에 이미 5개의 KTX 역이 있는 상황에서 세종역 신설을 두고 4개 지자체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세종시가 주변 광역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KTX 세종역'을 신설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세종역 신설 선봉장 역할은 세종시를 지역구로 한 이해찬 의원이 맡았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며 국토부와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을 돌며 KTX 세종역 신설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런 영향인지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8월 발주한 평택∼오송 선로 용량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에 KTX 세종역 관련 용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에 충북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충북에는 세종시 관문역할을 하는 KTX 오송역이 있다.

현재 세종시를 찾는 외부인들은 정부세종청사에서 18km가량 떨어진 오송역에 도착해서 BRT 버스를 타고 청사를 방문한다.

역에서 내려 갈아타는 시간을 고려하면 25∼30분 정도 걸린다.

세종시와 이해찬 의원은 세종역을 지으면 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충북 입장에서보면 '세종역 신설은 오송역 쇠퇴'를 의미한다.

세종을 사이에 두고 건설된 KTX 공주역과 오송역 구간은 44㎞다.

이 구간 사이에 세종역이 추가로 들어서면 공주역∼세종역과 세종역∼오송역 구간 거리가 각각 20㎞대로 줄어든다.

전국에서 역간 거리가 가장 짧은 초미니구간이 되는 셈이다.

세종시 관문역할을 해왔던 오송역 이용객 급감은 불가피해진다.

충남 KTX 공주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도 하루 이용객이 5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가 더뎌 유령역이라는 평가를 받는 공주역이다.

새로운 역을 반길 리 만무하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오시덕 충남 공주 시장이 발 벗고 세종역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 지사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국토부를 방문해 민심을 전달하는 등 KTX 세종역 추진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오 시장 역시 세종역 신설 반대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며 측면 지원하고 있다.

충남 역시 공주역을 고려하면 '세종역' 신설에 힘을 보탤 수가 없다.

공주역 역세권 개발이 늦춰지면 논산, 부여, 청양 등 충남 남부지역 개발·활성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전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세종역 신설시 수혜가 기대되는 한편, 피해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종역이 들어서면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 명분은 힘을 잃게 되지만, 대전 북부권 개발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대전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KTX 세종역을 두고 충청권 공조가 흔들리고 있지만, 세종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충북도와 세종시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세종역이 생기면 많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KTX 세종역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와보면 알지 않겠느냐"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세종시 인구가 80만명이 되고, 대전 서북부 주민들도 세종역을 같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타당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청권 합의 정신과 공조의 틀을 깨고 갈등을 유발하는 KTX 세종역 타당성 조사를 철회해야 한다"며 "지금은 세종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완성하고, 이를 통해 충청권이 상생 발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