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대, 근로자 1만3천여명 분석결과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는 고객에도 친절해야 하는 전화상담원, 무리한 요구에도 사과부터 해야 하는 백화점직원 등 '감정노동'이 근로자의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감정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일해야 하는 경우로,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직업 종사자들이 해당한다.

윤진하 연세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2011년 시행된 '제3차 근로환경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65세 미만 임금근로자 1만3천66명을 대상으로 근로행태에 따른 수면장애 여부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화가 난 고객의 불편사항 등을 응대하거나 근무시간 중 감정을 감추며 일하는 정도에 따른 근로자의 수면장애 호소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고객 응대와 감정을 숨기는 정도는 거의 없는 경우(업무시간의 24% 이하), 가끔(업무시간의 25~75%), 항상(업무시간의 76% 이상)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화가 난 고객 응대를 많이 할수록 수면장애 위험이 최대 6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가 난 고객을 가끔 응대하는 근로자는 거의 응대를 안 하는 근로자와 비교해 수면장애 위험이 남성에서 1.45배, 여성에서 1.48배 높아졌다.

항상 화가 난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의 수면장애 위험은 더 증가했는데 남성에서 5.46배, 여성에서 5.59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에 감정을 항상 감추고 일하는 근로자 역시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수면장애 위험이 남성에서 1.78배, 여성에서 1.63배 높았다.

윤진하 연구원은 "감정노동자에게서 수면장애 위험이 크다는 결과는 낮에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퇴근 이후 근로자의 개인적인 삶의 영역까지 영향이 지속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감정노동은 단순히 업무시간에 기분이 나쁜 정도를 넘어 수면부족에 따른 피로누적, 만성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된 업무가 고객 응대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환경에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