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첫 인정…면책조항 부정한 하급심 잇따라 깨져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생명보험 재해 특약상 자살 면책 조항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올해 5월 첫 대법 판결이 나온 후 이를 부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라 깨졌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알리안츠생명이 자살한 A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의 자살 면책조항은 무효"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면책조항을)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자살 또는 자해는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쳐 1급 장해가 된 경우에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A씨는 2004년 2월 특약에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조항을 둔 알리안츠 보험에 가입했다.

A씨가 2007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다.

회사는 사망보험금 5천12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9천만원은 주지 않았다.

이후 유족은 2014년 자살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금융감독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맞서 회사는 "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소멸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의 보험금 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됐다"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자살은 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시효와 상관없이 회사에 채무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