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갑질’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

2013년 5월 유튜브에 올라온 ‘남양유업 막말’ 녹취 파일은 ‘갑질 논란’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다. 파일에는 30대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50대 대리점주에게 제품을 강매하며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터넷이 지닌 파급력을 통해 이 내용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전 국민이 분노했고, 남양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남양유업 경영진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고, 이른바 남양유업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모녀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폭언을 하고 무릎을 꿇렸던 ‘백화점 모녀 갑질’도 한 아르바이트생의 누나가 SNS에 내용을 올리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SNS가 오늘날 ‘을(乙)의 신문고’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파급력이 우호 여론을 형성하게 하면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갑의 횡포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그러면 수사당국이 움직이고 갑질 횡포에 대한 단죄가 이뤄진다.

‘을’이 갑질 피해를 폭로하거나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갑질을 알리고 바로잡는 경우도 있다.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은 언론이 역할을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갑질 신문고’ 운영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다. 자신이 직접 갑질 피해를 당했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사례가 있으면 gabjil@hankyung.com으로 제보하면 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