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요양보호사 상당수 열악한 근무조건 호소

"12시간 야간 근무에 식사는 컵라면에 두유가 답니다."

부천에서 제법 큰 요양원에서 일하는 50대 후반의 한 여성 요양보호사는 최근 부천요양보호사협회에 전화를 걸어 눈물을 쏟았다.

이 요양보호사는 "원래 식사를 해왔는데 한번 상한 음식이 나온 이후부터 컵라면과 두유로 끼니를 때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광민 부천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12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요양보호사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천요양보호사협회는 최근 요양시설 등에 근무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조건을 카톡 등 온라인으로 조사했다.

'근무 중 다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4.3%가 '노인의 누워있는 자세를 변경하거나 걷기를 도와주다가 고관절에 무리가 가 아픈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치매증상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와 '옴 등 피부병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응답도 각각 10.8%로 나왔다.

또한 40%는 근무 중 보호대상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휴식 시간과 관련해 12시간 근무하는 동안 '휴식없이 연속 일한다'는 응답이 32%, '1시간 미만으로 쉰다'는 응답이 64%였다.

'2시간 쉰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요양보호사들은 식사시간만이라도 제대로 쉬고 싶다거나 식사 뒤 편안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길 희망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이처럼 근로조건이 열악하지만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40만∼150만원을 받는다.

김 회장은 "200여명의 요양보호사들에게 카톡 등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연세가 많아서 응답자는 문항별 20∼50명에 불과해 조사의 신뢰도는 낮지만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적 차원에서라도 이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천에는 요양시설에 1천50여명, 가정방문에 2천100여명의 요양보호사가 있다.

이 가운데 62.5%가 50대이고 60대 초반이 32.5%다.

나머지 5%는 40대다.

(부천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chang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