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편승한 화물연대…수출 '발목' 잡나
화물연대가 10일 0시를 기해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 거부’다. 화물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지난 8월30일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의 폐기다. 이 방안의 주요 내용은 1.5t 미만의 소형 택배차량 증차 허용이다. 택배 물동량이 2013년 약 15억개에서 올해 연간 20억개(추정)에 달할 만큼 물류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비해 택배차량 증차는 규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년여간 50번 넘게 열린 회의에 화물연대도 참여했다. 최종 합의문에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핵심 내용인 택배차 증차 문제에 대해서는 화물연대도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화물연대가 정부대책 발표 40여일 만에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화물연대는 지입제 폐지와 표준운임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입 계약(현재 최장 6년) 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운임과 관련해서는 프랑스식 ‘참고원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 운임을 보장하라”며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뒤늦게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선 배경에는 철도파업이 있다. 철도파업으로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자 이에 편승해 대정부 압박에 나선 것이다. 명분이 불분명한 데다 유가보조금 중단, 면허 취소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운송거부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우려는 크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한 무역업계 입장’을 통해 “철도노조에 이은 화물연대 파업은 세계경기 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협은 “수출입 물동량이 몰리는 연말을 앞두고 화물차량이 운행을 중단하면 그 피해는 전 산업계로 확산될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화물연대에는 국내 컨테이너차량 2만1700여대 중 7000여대(32%)가 소속돼 있다. ‘명분없는 파업’에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