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줄어 택시·대리기사 '울상'…음식주문 늘어 배달업계 '방긋'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저녁 접대 자리가 줄어들면서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가 울상이다. 반면 값싼 음식 위주의 배달 업계는 주문량이 급증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핸들포유, 하나모범택시, 고고대리운전 등 주요 고객이 기업인 법인용 대리운전과 모범택시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법 시행 초기에 ‘몸조심하자’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주요 기업이 임원들에게 외부 식사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 임직원은 정부 부처 관계자나 언론사 임직원 등과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 술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택시나 대리운전 수요도 덩달아 감소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법인용 모범택시를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았다”며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투자자나 기업 고객 외에는 모범택시 이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팀도 이용량이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등 2700여곳과 계약을 맺은 법인용 대리운전업체 핸들포유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그룹에 속한 한 대기업의 홍보담당자는 “가격이 일반 대리운전보다 비싸지만 서비스가 편리해 자주 이용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이용을 중단했다”며 “회사 임원들이 자비로 대리운전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업체들은 크게 늘어난 이용량에 ‘표정 관리’ 중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1주일간 전국 가맹점의 주문량이 전주(9월21~27일)보다 9.61% 증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통상 배달업계에서 9~10월은 비수기인데 족발 치킨 짜장면 등 비교적 싼 배달음식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배달 앱 업체 ‘요기요’ 역시 같은 기간 가맹점 주문량이 8%가량 증가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호텔 등에서의 점심 미팅이 줄어들면서 회사로 음식배달을 주문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김영란법이 정착돼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 배달 주문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김동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