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잇단 사고에 탈선까지 겹치자 경영진 사고 조작에 허위 보고
본부장 2명 직위해제 이어 중징계 예고…시민들 비난 빗발

지하철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상황으로 조작하고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도 허위보고를 한 인천교통공사의 '사기극' 파문이 커지고 있다.

상부 기관과 언론을 속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을 기만하고 우롱했다는 점에서 지방공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성조차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탈선사고는 8월 7일 오후 9시 30분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발생했다.

2량으로 연결된 전동차가 기관사 수동운전으로 주행하다가 후미 차량의 바퀴가 강한 불꽃을 내며 선로를 벗어났다.

선로전환기 조작을 놓고 기관사와 관제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전동차는 종점인 운연역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고 차량기지로 향하던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긴급제동하지 않았다면 전동차 전복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인천교통공사 직원 사이에서는 탈선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퍼졌고 각 언론사도 취재를 시작했다.

이에 인천교통공사는 사고 다음날 브리핑을 열고 "미리 계획한 모의훈련일 뿐 탈선사고는 없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이광호 공사 경영본부장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실제 상황 대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했다"며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 대상 전동차를 일정 간격으로 틀어놓아 탈선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이어 탈선사고가 아니라 모의훈련이었다는 내용으로 훈련결과보고서를 만들어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도 허위보고를 하며 조직적으로 사고를 은폐했다.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은 탈선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내부 관계자로부터 외부로 공개되면서 두 달 만에 실패로 끝났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공사 경영진의 그릇된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영진은 탈선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뒤 복구작업을 훈련상황인 것처럼 가정해 실시하기로 했다.

7월 30일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1주일 만에 9건의 장애로 운행중단 사태가 반복된 상황에서, 탈선사고 소식까지 알려지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점 밖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른 전동차 운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인명피해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발생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시행하면 크게 문제 될 사안도 아니었다.

공사 경영진은 탈선사고 영상이 공개된 6일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 보다는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이광호 경영본부장은 6일 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술본부장으로부터 탈선 대비 훈련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런 줄만 알았다"며 "사고 현장을 촬영하는CCTV 영상이 있는 줄 몰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조신구 기술본부장은 "탈선사고라고 공개할 수준의 사고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두 달 전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 거짓 발언에 대해서는 정확히 해명하지 못했다.

두 본부장의 계속되는 변명에 이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은 "영상을 보면 탈선사고가 맞다"며 "탈선사고를 훈련상황이라고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사장은 탈선사고 발생 이후인 8월 29일 취임했다.

인천교통공사는 7일 이광호·조신구 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다른 중견간부 2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준은 다음 주 중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