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태풍이 휩쓸고 간 부산 수해현장 곳곳에 사흘 만에 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시와 각 구·군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관내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피해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은 7일 오후 6시께 비가 시작돼 8일 오후까지 30∼80㎜ 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남서쪽에서 기압골이 북상하면서 많은 수증기가 남부지역에 유입돼 비가 내린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태풍 피해가 집중된 해안가에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비가 그친 9일 오전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15도로 평소보다 4도가량 뚝 떨어지는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체감기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해 복구 현장은 비 소식에 근심으로 가득하다.

태풍에 파손된 기물과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해운대·송정·송도·다대포 해수욕장 등 해안가 일대에는 53사단 군인 1천여 명을 비롯해 각 구청 직원 300여 명이 투입돼 임시복구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중장비를 동원해 백사장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내고, 해안도로에 밀려온 토사와 깨진 조형물을 치우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끝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오면서 1만㎡ 면적이 물에 잠긴 해운대 마린시티에는 깨어진 보도블록을 치우는 임시 복구 작업만 진행된 상태다.

해운대구 재난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원상태로 완전한 복구는 아직 꿈도 못 꾸고 있고, 위험물질이나 쓰레기를 치우는 임시 복구에만 며칠 더 걸릴 예정"이라면서 "해안가에 비가 집중된다는 소식에 조금이라도 더 임시 복구를 하려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넘어져 인부 1명이 숨진 고신대 기숙사 건축공사장에서는 6일부터 크레인 철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완전 철거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예정이다.

30여 가구가 침수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마을은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풍으로 부서진 문 등을 복구하지 못한 상태라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탓에 비닐로 임시 문을 만드는 등 비 피해 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태풍 때 쓰러진 동구 범일동의 9층짜리 주차타워와 초량동 석축은 제거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의 한 관계자는 "비가 내리면 철거 현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철거에 온 힘을 쏟았다"면서 "동구 지역은 지어진 지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태풍에 이어 내리는 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돼 오후에는 관내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건물이 한쪽으로 2도가량 기울면서 긴급대피한 사상구의 한 빌라주민 20명도 태풍에 이은 비 소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건물 주민 대표는 "태풍 때도 건물이 쓰러질까 봐 주민들이 전전긍긍했는데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3명이 숨지고 총 453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는 공공재산의 경우 7일 이내에, 사유재산은 10일 이내에 태풍 피해 금액을 산정·확정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