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1천원만 받아도 처벌…시행 후 1년만에 비위건수 32% 감소
서울시 "김영란법에 빠진 이해충돌 방지제도 포함돼 있어"

"우린 어차피 1천원도 못 받는걸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1천원'은 상징적인 금액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천원도 받으면 안 된다는 공식이 머리에 입력돼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등을 불문하고, 금액이 얼마이든 공무원이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이 도입 2주년을 맞았다.

박원순법에는 공무원이 1천원이라도 금품을 적극 요구하거나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최소 해임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적용된다.

3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개인적인 이익과 업무간 이해충돌 심사를 한다.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는 빠진 핵심 사안이다.

이해관계로 인한 직무회피 대상이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확대됐고, 학연과 지연 등 연고관계가 직무회피 사유로 추가됐다.

서울시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공직비리통합신고센터 '원순씨 핫라인'이 운영되고 모든 서울시 공무원은 퇴직 후 직무 관련 기업체에 취업이 금지된다.

안전 관련 고위 공직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장이나 시설물 안전점검을 허위보고하면 감봉 이상 징계하고 정책결정 관련 문제가 생기면 고위공직자를 문책한다.

공무원 청렴을 강조하는 박원순법은 시민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 1주년을 앞두고 시민 1천명과 직원 1천6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민 51.2%가 서울시가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답했고, 직원 89%는 공직사회 긴장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금품수수·음주운전·성범죄·복무위반·폭행 등 공무원 비위 건수도 시행 전 연간 73건에서 시행 후 50건으로 32% 감소했다.

무엇보다 성과는 공직자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공직자가 자진 신고하는 클린 신고가 82건에서 124건으로 51% 증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원순법이 도입되자마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바로 탈바꿈한 것은 아니다.

올해 초에는 친인척, 친구들과 삼청각 한식당에서 수차례 수백만원어치 음식을 먹고 소액만 결제하며 '무전취식'한 세종문화회관 임원이 면직됐다.

근무시간에 출장을 핑계 대고 골프를 치고 직무와 관련된 업체에서 수차례 점심접대를 받은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이 시 특별감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박원순법은 워낙 엄격하다 보니 해석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관련 업체에서 50만원 금품을 받은 자치구 국장급 공무원이 박원순법 첫 사례로 해임됐으나 이후 법적 다툼에서는 서울시가 내리 패소했다.

법원은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금품 수수가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 관점 차이"라고 해석했다.

박 시장은 "50만원 상품권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영란법 시대 박원순법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박원순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박원순법은 청렴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포함돼있고 부정청탁을 포괄적으로 금지해 김영란법보다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또 금품 등 이익수수와 관계없이 알선·청탁에 의한 부당한 업무처리를 하면 중징계 처분하고 대가를 받는 모든 외부강의를 신고해야 하는 부분도 더 엄격하다.

서울시는 최근 산하 투자·출연기관으로도 박원순법을 확산한 데 이어 청탁금지법 시행에 힘입어 공직기강 확립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