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근로손실일수 100만일 넘어…철도·화물연대·현대차그룹 등 秋鬪 최고조
"정부가 노사갈등 부추겨" vs "고임금 노조 파업 정당화 안 돼"


철도노조, 화물연대, 현대차그룹 등 파업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올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과연봉제 등을 거부하는 고임금 노조의 파업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에 맞서, 노동계는 파업 전선을 넓혀가며 정부에 '강대강(强對强)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추투(秋鬪)가 과열되면서 파업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올해 파업 손실 10년래 최대…화물연대·현대차 파업으로 더 커질 듯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105만9천일에 달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한 후 이를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노사 분규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44만7천일)의 2배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최근 10년 평균(62만일)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근로손실일수가 가장 컸던 해는 2008년(80만9천일)이었다.

올해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이처럼 컸던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발한 조선 3사 파업,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파업, 공공부문 총파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 총파업마저 가시화돼 올해 근로손실일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현재 허가제로 운영되는 1.5t 미만 소형 화물차를 사실상 등록제로 완화하는 내용의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을 거부하며 1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그룹 지부지회 대표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맞선 총파업 계획을 결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현대차 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쟁의행위를 중지시킨다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속 모든 노조원이 전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나아가 금속노조는 전체 15만 노조원의 총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만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98만2천일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전방위 파업으로 올해 근로손실일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금껏 사상 최대 근로손실일수는 2000년의 189만3천일이다.

◇ "성과연봉제 무리한 추진 등 원인" vs "귀족노조 파업 국민 이해 못해"
전방위로 확산하는 노동계 추투는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 등 무리한 노동개혁이 파업의 근본 원인이라는 노동계의 시각과, 고임금 정규직의 지위를 누리면서도 협력업체 손실 등에는 눈 감은 노조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송보석 대변인은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노사 자율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마다 개입해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노동계는 이를 결코 좌시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한 야당 의원들도 동조한다.

이용득 의원은 "올해 들어 단체교섭 자율시정권고를 통한 개별 노사관계 개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등 불필요한 노사관계 분쟁을 정부가 나서서 만들고 있다"며 "올해 근로손실일수가 사상 최대인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러한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한다.

평균 연봉이 9천만원을 넘어 일본, 독일 등 경쟁 선진국의 완성차 업체보다도 훨씬 높은 현대차 노조가 과연 그러한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도요타 평균 연봉은 7천961만원, 폴크스바겐은 7천841만원이었다.

고용부 이기권 장관은 "대표적인 상위 10% 고임금에 해당하는 현대차 노조가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7월 19일부터 이날까지 78일째 총 24차례 파업을 이어간 결과 현대차 1차 협력업체 380개 사는 1조 3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이 장관은 "성과연봉제 또한 정년 60세 시행으로 인한 의무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선진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 추투는 쉽사리 출구를 찾지 못하고 당분간 갈등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노동계와 정부 모두 상대를 반드시 굴복시켜야겠다는 '승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러한 대결 지향 구도를 타파하고,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