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위험 무릅쓰고 접대 안한다"…접대문화 변화 가속화
법망 피할 꼼수 사례 아직 없어…"일부 은밀한 접대 시도 있어"


'김영란 법'이 9월 28일 시행 후 1주일 만에 대한민국 접대문화 프레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갑에 대한 을의 접대를 당연시하고 비즈니스 성공의 촉매제로 간주하던 관행은 낡은 유물로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

유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착화한 한국 접대문화의 토양을 고려할 때 법 시행 이후에도 편법과 꼼수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1인당 3만원으로 제한된 식사 한도액을 맞추기 위해 누군가는 2만9천원까지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해 법망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저녁 약속을 미리 잡아 놓은 뒤 단골식당 업주와 짜고 식사 총액을 1∼2주 사이에 여러 차례에 나눠 결제하는 방식으로 '영수증 쪼개기'를 하면 1인당 3만원 규정을 맞출 수 있다는 꼼수도 회자됐다.

접대 인원수를 실제보다 늘려 1인당 식사비 평균 지출액을 계산상으로 줄이는 '인원 부풀리기' 방식도 관공서·기업체 홍보 담당자 사이에서 하나의 편법으로 퍼졌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 이런 편법을 쓰면서까지 접대를 하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업계나 관가 쪽 반응이다.

충북의 한 기업 관계자는 "접대를 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성공을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접대 자리를 원할 수 있지만, 접대받는 입장에서는 '시범 케이스'로 걸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어먹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골프 접대는 식사 접대보다 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호사가 사이에서는 골프 경기 시작 전에 호스트가 내기에 사용할 현금 20만∼30만원을 먼저 나눠주고, 그린피·카트비 등 제반 비용을 각자 내면 된다는 꼼수가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수법으로 홍보업계는 보고 있다.

영남권의 한 기업 간부는 "예전에는 홍보비 예산에서 일정 부분의 현금을 '실탄'처럼 보유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는 이상 현금을 홍보비로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린피에 해당하는 비용을 현금으로 몰래 주는 꼼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골프 접대가 사라지면서 골프장 예약률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10월 1∼3일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연휴를 맞은 경기 남부 주요 골프장은 가을 성수기임에도 대부분 예약률이 100%에 못 미쳤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맘때면 회원제는 부킹이 다 되거나 못해도 160팀은 넘겨야 하고 퍼블릭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지만 절반도 예약이 안 돼 확실히 많이 빠졌다"며 "김영란법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은 400만명으로 추산되는 광범위한 적용대상, 사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함 등으로 시행 초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로 정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부정부패를 걷어내고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대적 요구 때문인지, 아니면 법 시행 초기 '소나기는 피하자'는 셈법의 산물인지는 현재로써는 판별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에도 단골업소 업주와 친분을 무기로 은밀한 접대를 시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고급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골손님이 사업상 접대를 해야 하는데 1차 식사비가 3만원에 육박할 것 같다며 양주를 포함한 2차 술값은 방문일이 아닌 다른 날짜로 결제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예약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요즘처럼 영업이 안 될 땐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종구 이상현 지성호 전창해 손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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