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 오스미 교수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과학의 본질"
“오토파지가 유행이 돼 버려서 심기가 불편합니다. 나는 조금 삐딱한 사람입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사진)는 수상이 결정되기 전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4일 전했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퇴화한 단백질, 소기관을 재활용하는 ‘오토파지(Autophagy)’ 현상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오토파지는 세포 안에 쌓인 불필요한 단백질과 망가진 소기관을 세포 스스로 분해하는 폐기물 처리 과정을 말한다. 그가 연구를 시작한 초기만 해도 관련 논문은 연간 10여건에 그칠 정도로 관심이 없는 분야였지만 현재는 약 5000건(톰슨로이터 집계)으로 증가했다.

오스미 교수는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다루고 싶었다”며 “이것이 과학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43세에 도쿄대 조교수가 될 정도로 늦깎이 교수였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자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효모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을 연구 주제로 정해 40여년간 한우물을 팠다. 그는 “사람과 경쟁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선구자로 열어가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오스미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구나 생각하는 것이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자들에게도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살아도 이 연구를 계속할 것인가”라고 종종 묻기도 했다. 제자인 미즈시마 노보루 도쿄대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교수는 “(선생님은) 애초부터 연구를 좋아한 학자”라며 “도움이 되는지를 전제로 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것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애주가인 오스미 교수는 술을 마시고 토론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 그는 “효모 연구자이므로 술을 좋아한다”고 농담하곤 했다. 2008년에 아사히상을 받았을 때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특별주문한 위스키에 ‘효모로부터의 교훈(Lessons from Yeast)’이라는 문구를 써서 답례품으로 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