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기존 혐의는 대법서 인정 안해…공소장 변경 신청 "직무관련성 인정"

방산비리에 연루돼 뇌물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검찰이 다른 혐의를 적용해 판단을 받기로 했다.

검찰은 4일 서울고법 형사2부(천대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총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기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을 최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법원이 정 전 총장의 뇌물 요구 사실과 직무관련성을 모두 인정했다"며 "검찰도 기소 때부터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지만, 정 전 총장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점을 고려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전 총장의 변호인은 "1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7월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뇌물 수수 주체가 정 전 총장 등이고 아들의 요트회사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며 "이번 공소장 변경 신청은 당시 의견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새삼스레 과거 의견과 다른 취지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에 매우 불이익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파기환송 전 검찰 주장에 따라 판단하면 이미 무죄가 확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7억7천만원을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제공하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장남과 함께 기소됐다.

1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7억7천만원을 정씨 부자가 받은 뇌물로 보고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장남도 공모관계를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천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뇌물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총장은 징역 4년, 장남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이후 대법원은 올해 6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회사인데 피고인들이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오후 2시 30분 양측 의견을 듣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일지도 다음 재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