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액 고작 1억 … 3년간 허탕친 '서울시 실험'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서울시가 2013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사회투자기금 사업이 3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사회투자기금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비를 민간 기업의 ‘협찬’을 받아 충당하겠다는 취지로 2013년 출범했다. 지난 3년간 순수 기부금 모금실적이 목표액(500억원)의 10%에도 못 미치면서 사실상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3일 “2013년부터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가 맡았던 사회투자기금 운영·관리업무를 시 직영으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기부금 모금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투자기금은 박 시장이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 기업의 협찬금을 받은 경험을 시정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박 시장은 시 예산 1500억원과 기부금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을 사회투자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면서 기금 규모는 1000억원으로 줄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기부금을 모집하는 행위가 사실상 기업들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시의회와 언론의 지적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2013년 시 예산 500억원에 민간 분야에서 500억원을 모금해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관련 업무를 (재)한국사회투자에 맡겼다. 공공기관은 민간 기부금을 직접 모금할 수 없다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한국사회투자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모금한 금액은 173억원이다. 목표액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순수 기부금으로 확보한 돈은 31억24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41억7600만원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금융기관을 비롯한 서울시 중간지원기관 11곳이 낸 돈이다. 순수 기부금이 아니라는 사실은 서울시도 인정하고 있다. 순수 기부금 31억여원 중에서도 30억원은 사업 초기 서울시 시금고은행인 우리은행이 기부한 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위탁기관이 연간 10억원을 넘는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다는 2012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 탓에 실적이 저조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런 유권해석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회투자기금의 민간위탁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시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0억원가량의 예산을 한국사회투자에 인건비 등 운영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우리은행이 낸 30억원을 빼면 3년 동안 1억원가량을 모금하는 데 그친 한국사회투자에 지원한 예산만 30억원이 넘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