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면 의외로 스포츠 관련 취업문이 넓습니다. 해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입니다. 여기에 막연한 환상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이동진 씨)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이겨낼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해요. 자신의 일에 애정이 있다면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최용원 씨)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해외로 눈 돌리니 '스포츠 취업문' 넓더군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스포츠분야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기업에 취업한 이동진 씨(27)와 최용원 씨(29)가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당부하는 말이다. 체육 분야 해외인턴십은 글로벌 스포츠산업을 이끌 우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청년 취업지원사업이다. 지난해는 13개국 22개 기업에 35명의 인턴을 파견해 13명이 취업했다. 올해는 11개국 19개 기업에서 근무할 35명 선발을 마쳤다.

중국 미디어기업인 골든하베스트엔터테인먼트&미디어(GHE&M)에 입사한 이씨는 “한국의 우수한 스포츠,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중국시장에 알리는 콘텐츠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호주 스포츠교육기업인 티와이스포츠아카데미(TYSA)에서 근무 중인 최씨는 “축구선수 출신으로 축구 꿈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에서 근무 중인 이들을 이메일로 만나봤다.

성실함에 반한 중국 미디어기업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씨는 지난해 스포츠산업박람회를 통해 GHE&M 면접 기회를 얻었다.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았지만 답변 도중 단어가 생각 안 나면 다른 비유와 사례를 들어서라도 생각을 전달하려 했던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인턴으로 선발된 뒤에는 중국어 공부와 함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 컴퓨터 활용능력을 다시 익혔다.

중국 기업의 채용 과정은 서류심사-면접-인턴십 등으로 이뤄진다. 이씨는 “자기소개서는 한국과 달리 자유 형식이지만 A4용지 분량으로 최대 석 장을 넘지 않도록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턴 기간에는 매일 남보다 1~2시간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성실성을 보였다. 이런 이씨의 근면함에 감동한 회사는 인턴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사를 제의했다. 인턴 기간에는 월급의 70~80%를 받았지만 정식 직원이 된 이씨가 받는 월급은 7000위안(약 115만원)이다. 식비 지원은 별도며 보너스는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인턴 기간 아동교육팀에서 중국교육방송(CETV)과 함께 한국 EBS의 딩동댕유치원 TV프로그램 판권을 구입하는 업무를 도왔던 그는 입사 후 예능팀에 배치됐다. 지난 8월에는 입사 3개월 만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콘텐츠전시회(BCWW) 행사에 해외 바이어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국 방송제작사 관계자들과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국 미디어 기업은 정보기술(IT)과 접목해 K팝, 드라마, 음식을 넘어 스포츠, 교육, 디자인 등 문화 콘텐츠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평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중 스포츠 교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에서 축구 교육자로 새 삶

축구선수 출신인 최씨는 대학 진학 후 허리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축구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던 그는 축구 지도자 강습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체육교육학 이론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초·중학교에서 재능기부를 하며 미래 축구 꿈나무들을 지도했다.

최씨가 입사한 호주 퀸즐랜드 TYSA는 축구학교로 ‘제2의 기성용’(TYSA 출신)을 꿈꾸는 한국 유학생이 많은 곳이다. 스포츠아카데미 코치로 있는 최씨가 맡은 일은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관리와 축구 교육이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 건강 관리, 학부모 상담, 기숙사 시설 관리 등도 모두 코치의 역할입니다.” 코치는 연봉 이외에 숙식, 통신비, 영어 과외비, 차량 유류비를 지원받으며 전지훈련 때는 항공권, 숙식 등의 편의도 제공받는다.

최씨는 “TYSA의 감독, 코치 출신들이 대한축구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축구 지도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겐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또한 호주 현지인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고 TYSA와 파트너십을 맺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의 교류를 통해 선진 축구를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주니어 반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맡고 있는 그는 선수시절 경험을 살린 훈련 프로그램으로 현지 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파 코치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최씨는 축구 본고장 영국을 거쳐 지도자를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선수 등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보지는 못했지만 축구 교육자로서 반드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공태윤/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