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시 용종을 떼어내는 의료기기인 생검용 포셉과 같은 고위험성 의료기기들이 1회용품과 재사용품의 정확한 사용 현황 파악조차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품목은 1회용과 재사용 제품을 동일한 코드로 관리해 재사용 의료기기를 무제한 사용하거나, 1회용품을 재사용해도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새누리당, 대구 서구)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고위험성 재사용 의료기기 제품은 정액보상 청구 횟수에 제한 요건이 없어 무리한 재사용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2015년 8월 1일부터 1회용 제품 또는 재사용 제품의 소독·멸균 비용에 대한 보상안으로 생검용 포셉의 재사용 방지를 위한 정액수가 신설하여 1회용 제품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한 바 있다.

대표적 일회용·재사용 혼재 품목 수가는 생검용 포셉이 2만2000원, 절제술용 포셉이 4만5670원, 절제용 스네어는 6만4240원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내시경 검사 시 사용되며 장기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출혈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내시경 기구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소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1회용 제품과 재사용 제품과의 구분이 없는 재사용 제품의 경우 동일한 코드로 관리되기 때문에 사용 횟수 제한 없이 청구한 만큼 건강보험을 보상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비싼 1회용 제품보다는 재사용 제품 제품을 선호하게 되고, 쓸 수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소독하며 재사용하게 된다.

김의원은 “이는 현행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재사용횟수규정 27조 1항 8호)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의 횟수 제한내용을 첨부문서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한계 이상의 사용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없는 구조적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기 재사용의 필수적 전제인 소독·멸균 관리 실태가 엉망이라는데 있다”며 “고온고압의 멸균시설을 갖추기 힘들다면 허용된 범위에 따라 의료기관의 재사용 의료기기에 대한 철저한 소독․멸균 시행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나, 사실상 위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내부고발이나 환자의 신고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초 1회용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복지부 현장단속 결과에도 멸균기 관리대장이 없거나 소독일자 미기재 등 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경우 뿐만 아니라, 소독액 및 멸균소독기가 없이 거즈, 포셉 등을 물에 씻어 소독하고, 위내시경 포셉을 일반 공산품 소독액으로, 포셉과 가위를 주방세제로 세척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된 바 있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에서 1회용과 재사용 가능 제품에 대한 보상이 혼재되어 있는 환경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하면서,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조사에서 정한 사용 횟수 및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한 재사용 의료기기의 별도 산정 횟수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