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몰카가…샤워기 구멍까지 샅샅이 봐주세요"
지난달 말 서울 당산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직장인 강모씨(29)는 짐을 풀자마자 한 몰래카메라(몰카) 탐지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집안에 혹여 몰카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업체 직원은 주파수·적외선 탐지 기기로 방 안의 가구와 천장, 벽 모서리 등은 물론 형광등 안, 화재감지기 내부까지 샅샅이 살폈다. 화장실 환풍구 내부, 샤워기 구멍 속까지 확인하고서야 강씨는 안도했다. 강씨는 “탐지 비용으로 60만원을 썼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성산동에 있는 몰카 및 도청장치 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에 따르면 이 업체는 월평균 400여건의 탐지 문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혼자 사는 여성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사 후 집안 점검 차원에서 탐지를 요청하는 여성이 많다”며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문의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했다.

주로 여성을 상대로 한 몰카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3년 4823건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엔 7623건까지 치솟았다. 4년 새 5배로 늘어난 것이다.

실내 몰카 범죄 상당수는 연인 등 지인 소행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알아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7월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몰카 범죄에 대한 판례 2389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몰카 범죄 가해자의 81%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아는 사이’(19%)일 경우 48%가 ‘연인관계’였다. 피해자의 99%는 여성이었다. 20세 이상 30세 미만이 30%로 가장 많았다.

휴대용 몰카 탐지기를 갖고 다니면서 호텔이나 모텔, 공중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안전·보안용품 전문 쇼핑몰 아이다헌트에 올라와 있는 26만원 상당의 휴대용 몰카 탐지기는 월평균 200개 팔려나간다.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최정현 아이다헌트 대표는 “최근엔 20~30대 여성이 모텔 등에 갈 때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