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생활 2년째지만 검사라는 직업이 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다음 인사 때 서울로 올라갈 수 있겠죠.”(3년 차 검사 A씨)

검사에게 지방 근무는 숙명이다. 검사로 임용되면 대부분 지방검찰청이나 지방지청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지방순환 보직’ 원칙 때문에 평검사는 2년, 부장검사 이상은 1년가량 한자리에 머문다.

검사 정원표에 따르면 한국 검사는 총 2112명이다. 이 중 서울에 배정된 자리는 656개다. 3명 중 1명가량만 서울에서 근무한다는 얘기다. 상당수 검사는 서울 발령을 기다리는 ‘서울바라기’ 신세다.

검사들이 서울로 오려면 3~4번에 걸쳐 6~8년가량의 지방 근무를 거쳐야 한다. 검사들은 한 번 발령을 ‘한 학년’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 근무지라면 ‘3학년 검사’라고 하는 식이다. “3학년은 돼야 상경할 수 있다”는 게 검사들의 얘기다.

2년마다 순환근무를 하다 보니 젊은 검사들은 매번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다.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에 발령이 나면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한 여검사는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모르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검사직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에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방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환경이 서울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다. 23개 전국 고검·지검 가운데 어린이집이 있는 곳은 8곳에 불과하다.

부장검사로 승진하면 한 지역에서의 근무 기간은 더 짧아진다. 보통 1년마다 옮겨 다닌다. 승진해도 ‘기러기’나 주말부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방 순환 근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가 지방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면 지역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찾아와 친하게 지내려 애를 쓴다”며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