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발간 '청탁금지법 Q&A',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법원업무 관련 행위도 구체적으로 제시

판사와 변호사는 재판과 상관없이 언제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상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28일 공개한 '청탁금지법 Q&A'에 따르면 법원은 '판사나 법원공무원과 변호사 사이에는 항상 청탁금지법 상 직무관련성이 상시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구성원 내부 지침서인 이 문서는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은 구체적 사건이 계속되고 있거나 계속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직무관련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직무관련자인 변호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 변호사 등과의 사교·의례적인 만남에서는 식사비 등을 각자 부담하고,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시행령에서 정한 음식물의 가액 한도인 3만원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법관과 변호사의 접촉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로 해석된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수수금액 5배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100만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자신의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사건의 변호사가 법무법인 소속인 경우 법관은 해당 법무법인 소속 모든 변호사와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침서는 "사건의 담당변호사가 아닌 경우에도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소송결과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과 법무법인에서의 실질적 지위, 실질적 사건 관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무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관과 변호사가 돌아가며 식사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침서는 "돌아가며 접대를 하거나 접대 받은 액수만큼 다시 접대를 하는 경우 제공자에 지체없이 금품을 반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각각의 접대 가액에 따라 청탁금지법 제재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원업무 사례들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 판결 선고 전에 사건의 합의내용을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 법정형에 벌금이 없음에도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 배우자에게 협의이혼 의사가 없는데도 담당 판사에게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포함한다.

또 ▲ 협의분할 상속등기신청 절차에서 인감증명이 누락됐는데도 등기관에게 상속등기를 부탁하는 경우 ▲공탁금 출급청구권 증명 서면이 누락됐는데도 공탁관에게 공탁금 출금을 부탁하는 경우 ▲ 법원장에게 소속 법원 사무관의 근무평정을 올려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는 경우에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정청탁에 해당되면 청탁한 당사자 등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지침서는 다만 대법원 홈페이지 '법원에 바란다' 코너를 통해 청원을 한 경우에는 부정청탁의 예외사유인 '공개적으로 공직자 등에게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에 해당 돼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