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 형 너무 가벼워 부당"…검찰 주장 받아들여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와 함께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 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김현미 부장판사)는 항공보안법 위반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 대해 징역 8월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씨의 주장을 기각하고 1심 양형이 지나치게 낮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1월 29일 오후 3시 38분께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좌변기 칸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범행으로 C입국장 주변이 2시간 동안 전면 폐쇄되고 도착 예정인 항공기 17편이 우회 착륙해 승객 3천여명의 입국 수속이 지연됐다.

범행 후 2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가 자택이 있는 서울로 도주했다가 닷새 만에 검거된 그는 "범행 후 실시간 속보가 이어지고 온 나라가 테러공포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나온 비올라 전공자로 무직인 A씨는 당시 "취업이 안 돼 돈이 궁했고 짜증이나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울증 등을 앓고 있긴 하지만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형상 폭발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물건을 아랍어로 된 경고문과 함께 공항에 설치했다"며 "범행 수단과 방법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수천 명의 입국 수속이 지연되는 등 물적 피해의 결과도 중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며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A씨의 폭발성물건파열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A씨는 범행 당시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증 등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고, 검찰은 그가 제작한 폭발물은 폭발이 가능한 물건으로 폭발성물건파열예비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